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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 의회, 다시 아베에 한방 먹이다

신동욱 기자

입력 : 2014.01.17 09:16


2007년 7월 30일 미 하원에서 역사적인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위안부 동원에 정부 차원의 강제성이 없었다는 일본의 억지와 치열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만장일치로 결의안이 채택된 것입니다. 결의안은 일본이 2차대전중 저지른 가장 비인도적인 범죄인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역사적 책임을 질 것이며 현재와 미래 세대에 그들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교육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당시 일본 총리는 지금 총리를 맡고 있는 아베였습니다. 아베 총리는 2007년 들어서 위안부 결의안 논의가 급 물살을 타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미 의회를 상대로 집중적인 로비를 벌였습니다. 3월 국회 답변에서는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억지를 반복해 결의안 거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결의안은 하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채택됐고 1차 아베 내각은 1년만에 붕괴했습니다.

이렇게 미 의회가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위안부 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일본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결의안은 말 그대로 결의안일뿐 일본의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한 더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일본 정부는  결의안에서 촉구한 인정과 공식 사과는 커녕 우리 한인 단체들이 중심이 된 위안부 기림비 건립운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파렴치한 일까지 저질렀습니다. 미 정치권과 양심적인 지식인 그리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본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지만 일본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위안부 관련 사진미 하원이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한 지 6년 반, 바로 그 자리에서 또 하나의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습니다. 미 하원이 올해 통합세출법안에 위안부 문제를 포함시켜 통과시킨 것입니다. “국무장관으로 하여금 일본 정부에 2007년 만들어진 결의안을 준수하도록 독려하도록 촉구한다”는 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그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큰 의미는 미국이 법안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구했다는 것입니다. 이 내용은 통합 세출법안 제7장 ‘국무부 해외업무 세출법안’ 합동해설서에 수록됐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보고서 형태라는 것이 아쉬운 점이기는 하지만 미 행정부가 느낄 부담감은 단순 결의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즉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회의 권고를 얼마나 성실히 이행했는지 나중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케리 국무장관이 일본과 대화할 때 위안부 결의안을 따르도록 얼마나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압박했는지 나중에 의회가 따져 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짧은 한 문장이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최근 아베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용인할 수 없다는 미 의회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미국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이 신사참배를 강행하는 등 거침없는 우경화 행보를 보이는데 대해서 미국내에서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에 아베가 뒤통수를 쳤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 정부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주 아베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일본 외무성 차관이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달래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본의 당혹감은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위안부 결의안으로 1차 아베 정권이 무너졌듯이 이번에는 또 어떤 후폭풍이 일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미 상원도 조만간 세출예산에 대한 표결에 나설 예정입니다. 일본이 강력한 대응 로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것이 상식이고 잘못된 역사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