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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수입 활성화…유통업계 벌써 '양분'

입력 : 2014.01.15 11:42

백화점 "영향없다"…대형마트 "진품 보증 강화"


병행수입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오는 3월 병행수입 활성화를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통업계가 벌써 양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독점 판매권을 보유한 기존 공식 수입업체와 백화점으로서는 웃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고, 병행 수입으로 이미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대형마트를 비롯한 다른 유통채널로서는 나쁠 게 없기 때문이다.

다만 '바가지'에 가까운 수입 제품의 가격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단골 대안으로 병행수입이 거론됐지만 수년째 시장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근본 대안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병행수입 현황

업계가 추산하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병행수입 규모는 2조원 안팎이다. 이 가운데 해외 인터넷쇼핑몰 등에서의 해외직접구매액은 1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를 모두 합치면 전체 수입물품 시장의 6%에 해당한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관세청이 2012년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를 도입하고, 정부 차원에서 병행수입 활성화를 강조하고 나선 후 대형마트와 홈쇼핑 등을 중심으로 대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업체는 종업원수 5인 이하의 영세 사업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1년 현재 고용인 5인 이하 병행수입업체만 1천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업체는 현지 아웃렛이나 다른 경로로 물건을 구입, 해외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막대한 마케팅비를 쓰지 않는 대신 가격을 15∼50% 낮춰 국내에 상품을 유통한다.

코스트코 등 국내에 직접 진출한 해외 유통업체는 자체 구매력을 이용해 낮은 가격으로 수입 물품을 일찌감치 판매해 오기도 했다.

상당수 병행수입의 경우 이 같은 '상품 보증'이 어렵기 때문에 시장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해 3월부터 정부가 통관인증제 참여 기준을 수입업체에서 판매업체까지 확대, 주요 유통업체에 포괄 병행수입의 길을 터 준 것이 시장을 키우는 주요한 요인이 됐다.

실제 이마트의 경우 2009년 10억원에 불과했던 병행수입 매출이 지난해에는 600억원으로 60배 가까이 뛰었고, 올해 매출 목표를 800억원으로 더 높여 잡았다.

취급하는 상품도 의류 중심의 일부 보급형 '명품'에서 확대되는 추세다.

이마트는 일종의 '신드롬'을 일으킨 프리미엄 패딩 '캐나다 구스'를 백화점 판매가보다 30% 가량 저렴하게 판매했을 뿐만 아니라 헌터부츠, 탐스슈즈 등 구두와 '프링글스', '토블론' 등 초콜릿과 스낵류까지 총 500여개 품목을 병행 수입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병행수입 채널인 홈쇼핑의 경우 CJ오쇼핑의 지난해 병행수입 제품 매출은 200억원에 달했다.

제품을 처음 팔기 시작한 2010년에는 65억원으로 3분의1 수준이었다.

◇ 업계 대책은

병행수입 활성화와 관련, 유통업계는 업태별로 상반된 입장과 대책을 내놨다. 우선 백화점의 경우 명품 등 해외 패션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가격 변수에 민감하지 않아 병행수입이 활성화하더라도 매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병행수입 확대로 명품 구매 채널은 다변화하겠지만 백화점 명품 구매층과 병행수입 제품 구매층이 다르고 백화점만의 상품력과 서비스 강점이 있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병행수입 업체가 취급할 수 있는 품목과 물량이 제한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신상품이나 인기 상품 구비를 강화할 방침이다. 사후관리(A/S)도 해당 브랜드가 입점한 백화점 전 점포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등 서비스에서 병행수입 업체와 차별화할 방침이다.

반면 병행수입으로 가격 경쟁력과 상품 다각화에 유리해진 대형마트·오픈마켓·소셜커머스 등에서는 반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간 벤더 다양화와 해외 사이트와 협력으로 병행수입 물품의 물류 포인트를 확장하고 인력도 늘릴 계획"이라며 "상품 기획자(MD)가 직접 구매하는 품목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행수입 상품의 고질 문제로 지적된 진품·가품 문제와 관련해선, 수입면장과 인보이스 등을으로 검증을 강화하는 등 사후 관리에 힘쓸 계획이다.

또한 판매자 모니터링 강화와 입점 시 제출 서류 기준 강화 등 병행수입 상품과 관련한 정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 소셜커머스는 병행수입 경력이 2∼3년 이상된 우량 업체와 거래한다거나 가품 위험이 높은 국가에서 들어오는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등 대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다른 오픈마켓 업체의 경우 관세청의 병행수입 통관 인증제를 도입한 판매자의 상품만 보여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QR(Quick Response)코드로 수입자·상표명·원산지 등 통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른 오픈마켓 업체는 상품이 위조품으로 밝혀지면 구매 금액의 100%와 적립금의 10%를 환불하고 제품을 무료로 수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병행수입이 활성화하면 온라인 쇼핑몰 업계는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수입품 관련 협회나 업계 다른 업체와 공동 A/S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