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원없이 들을 수 있었던 지난 한 해는 참 행복했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 눈치보지 않아도 됐고, 그동안 잘 듣지 않았던 재즈와 국악을 다시 발견하게 된 건 행운이었습니다. 새 음반을 내고, 공연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음악가들을 만난 것도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음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자주 만나는 음악 만큼은 여러번 씹고 음미하면서 온전히 즐기는 법을 배웠습니다.
2013년에는 노장의 귀환이 반가웠습니다. 국내 음반 시장은 조용필의 19집 '헬로'를 빼놓고 한 해를 정리할 수 없을 겁니다. 10년 만에 나온 음반인데 단번에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60대 노장 가수의 음악이 이렇게 세련될 수 있을까요. 2,30대 밴드처럼 , 아니 그보다 더 정교했고, 뮤직비디오는 신선했습니다. 무대 밖에선 말수도 적었지만, 무대에서는 관객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포텐이 터집니다. 4,50대 오래된 팬 뿐 아니라 1,20대 팬까지 끌어들여 앨범을 25만장이나 팔아치웠습니다.
조용필 보다 한달 앞서 영국의 록스타 데이빗 보위도 10년 만에 새 앨범 '더 넥스트 데이(The Next day)'를 내놨습니다. 나이도 66살, 비슷합니다. 예전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보위의 음악은 특유의 어두운 울림이 있습니다. '웨어 아 위 나우?(Where are we now?)가 특히 그렇습니다. 가사는 진중하고 보컬은 담담합니다.
![데이빗](https://img.sbs.co.kr/newimg/news/20140102/200714096_500.jpg)
가끔은 아마추어같은, 손질이 더 필요한것 같은 느낌의 곡들도 있었지만 왠지 그런 곡들에 더 끌렸던 적도 있습니다. 여튼 데이빗 보위의 새 음반도 발매 동시에 전세계 아이튠스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젊은 팝스타 못지 않은 저력을 보였습니다.
한 명 더, 엘튼 존의 30번째 앨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더 다이빙 보드(The Diving Board)'에 담긴 15곡은 그냥 다 좋았습니다. 이건 달리 표현할 방법을 못 찾겠습니다. 국내 가요 밖에 모르는 어른들께도 '오션스 어웨이(Oceans Away)'와 '홈 어게인(Home Again)'은 추천했던 곡입니다. 엘튼 존의 피아노 연주는 워낙 편한 느낌을 주는데다, 가사와 보컬이 전체적으로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앨튼존](https://img.sbs.co.kr/newimg/news/20140102/200714095_500.jpg)
하루에도 여러번 음원 차트 순위가 요동을 치고, 노래 한 곡이 1위를 차지하는 수명도 길지 않습니다. '몇 주 연속 1위' 이런 표현은 들어본 지도 오래됐습니다. 조용필의 19집 앨범이 1위를 한 건 길어야 한 달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싸이의 신곡 '젠틀맨'과 비슷한 시점에 발표돼 1위를 놓고 순위가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하지만 조용필의 등장만으로 팬들이 비명(?)을 지르는 건 무엇보다 그의 무대가 반가웠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너무 빨리 변해서 자고 일어나면 이미 오랜 과거의 일이 돼 버리지만, 눈 앞에 펼쳐진 조용필의 무대는 젊은 시절 느꼈던 열정이 지금도 몸 속에 남아있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한답니다.
그렇게 신나게 소리지르고 나면 어차피 또 현실이지만, 그래도 3분 30초에서 4분 남짓 아무 생각없이 웃고 떠들 수 있는 노래가 있다는것 자체가 행복 아닐까요. 잠재된 열정을 깨워 준 노장들의 귀환이 반가웠습니다. 올해는 어떤 음악이 우릴 춤추게 만들까요. 2014년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