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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 분신 40대 숨져…수첩에는 '안녕하십니까'

입력 : 2014.01.02 03:55|수정 : 2014.01.02 03:57

경찰 "자살 동기 진술 엇갈려"…민변 "부채와 무관" 주장


지난 31일 오후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한 남성의 수첩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담은 글이 발견돼 경찰이 정확한 분신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35분께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이모(40)씨가 자신의 몸에 스스로 불을 질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전 7시 55분께 전신 화상으로 숨졌다.

이씨는 분신 직전 쇠사슬로 손 등을 묶은 채로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고 적힌 플래카드 2개를 고가 밑으로 내걸고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발견된 이씨의 수첩에는 이씨가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적혀 있었다.

이 글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17줄 분량으로 작성됐으며 최근 대학가에 붙은 대자보와 유사한 글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인이 형의 사업을 돕기 위해 3천만원의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빚에 대한 부담이 자살에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서는 유족 간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정확한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민변 박주민 변호사는 이날 오후 고인의 친형과 함께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고인의 죽음과 부채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고인의 죽음에 빚이 영향을 줬다는 고인 동생의 진술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경황이 없었을 때 나온 것"이라며 "빚을 진 게 7∼8년 전이고 현재 수입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는데 지금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씨가 가족에게 3통, 도움받은 분들에게 2통, 국민에게 2통의 유서를 각각 남겼다"며 "유서에는 정부 실정을 비판하고 '국민이 느끼는 두려움과 주저함을 내가 다 안고 갈 테니까 일어나십시오'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이날 이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는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강기정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정계 인사 등 200여명이 찾아와 조문했다.

28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시국회의는 장례식장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장례는 오늘부터 4일간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지며 4일 서울역 광장에서 영결식을 하고 고인은 광주 망월동 구묘역에 안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