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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금품수수' 모호한 진술 탓에 잇단 무죄

입력 : 2013.12.24 18:03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박지원(71) 의원이 24일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검찰은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을 무리하게 기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서만 이철규(56) 전 경기지방경찰청장과 김광수(56)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김장호(55)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아 누명을 벗었다.

박 의원과 함께 기소된 민주당 이석현(62) 의원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반면 새누리당 이상득(78) 전 의원과 정두언(56) 의원은 2심까지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검찰이 지난해 대선을 3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표적수사'를 벌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원은 저축은행 두 곳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8천만원을 받았다는 박 의원의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뇌물 사건의 특성상 금품을 줬다는 이들의 자백을 믿을 만한지, 전후 사정이 납득할 만한지가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준인데 전부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마지막 작품'으로 불리는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이 정치권 거물들을 줄줄이 재판에 넘긴 데는 불법 정치자금을 뿌렸다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의 진술이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미 구속된 상태로 수사를 받던 저축은행 관계자들이 검찰의 선처를 바라며 거짓으로 또는 과장해서 자백했을 수 있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실제 박 의원의 변호인은 임 회장 등의 구치소 출입기록을 증거로 신청했다.

매일같이 불려가 조사를 받다보니 '견디다 못해 자백했다'는 논리다.

법원은 "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마저 엿보인다"며 이런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검찰은 자백 이외의 '물증'을 제시하려고 애썼지만 실패했다.

검찰은 2011년 3월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를 녹화한 동영상을 들고 나왔다.

박 의원이 원내대표실에서 임건우 전 보해양조 회장 등을 만나 돈다발을 받고 즉석에서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해저축은행의 경영평가위원회 연기를 청탁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임 회장 등이 돈을 건넸다는 시간에 김 전 위원장에게 쪽지가 들어갔고 한 시간 가량 지나 자리를 비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러나 이런 정황이 '즉석청탁'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한 반면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의 허점은 너무 컸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임 회장은 돈을 준 장소와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오 전 대표 역시 평소 아무런 친분이 없던 박 의원에게 무턱대고 돈다발을 줬다고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다른 사건에서도 기억이 오락가락하거나 자세히 진술하지 못해 무죄 판결의 '빌미'를 제공했다.

법원은 박 의원과 같은날 기소된 이석현 의원에 대해 "임 회장이 구체적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추측에 그치고 있다"며 지난 8월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