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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을 내다보는 사자성어 '제구포신(除舊布新)'
"묵은 것, 옛것을 모두 없애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
▷ 서두원/사회자:
동아시아 나라들은 연말이 되면 그 해를 아우르는 단어나 사자성어를 선택하곤 합니다. 중국은 올해 한자로 ‘나아갈 진(進)’ 자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모아서 세계의 중심에 서겠다. 그런 의지를 담아냈다는 평입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 ‘바퀴 륜(輪)’ 자를 선정했습니다. 2020년 올림픽 유치를 통해서 얻은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대학 교수들이 연말마다 사자성어를 하나씩 선정하는데 유감스럽지만 올 해도 썩 좋은 뜻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도행역시(倒行逆施),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왜 이 단어를 선정하게 되었는지, 선정 위원 가운데 한 분이었던 숭실대학교 김선욱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선욱 교수 / 숭실대학교:
안녕하십니까.
▷ 서두원/사회자:
올해 사자성어를 발표하는 곳이 교수 신문인데, 교수 신문은 한국 교수 사회를 대변하는 신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사자성어 언제부터 발표를 하기 시작하셨죠?
▶ 김선욱 교수 / 숭실대학교:
지난 2001년에 처음으로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그 이후로 매년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기본 정신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 해를 설계해보려는 것인데요. 그래서 연말에 지난 한 해 분위기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했던 것이고요. 처음 발표했던 2001년은 미국의 9.11 사태가 났을 때인데 이 일과 여러 가지 한국의 사정들이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 해 사자성어가 오리무중(五里霧中)으로 선택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 서두원/사회자:
한국의 교수들이 교수신문을 통해서 선정한 2013년 결산, 사자성어는 바로 도행역시. 상당히 어려운 사자성어 같은데 뜻을 설명해주시죠.
▶ 김선욱 교수 / 숭실대학교:
좀 어려운 말이긴 한데요. 이 말은 한자로 거꾸로 도(倒), 행할 행(行), 거스를 역(逆), 베풀 시(施), 이 4글자로 이루어졌는데요. 그 뜻은,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꽤한다. 그런 말입니다. 원래 이 말은 중국 고전인 ‘사기’라는 책에 나오는 오자서 열전에 나오는 이야기인데요. 오자서라는 사람은 원래 중국 초나라 사람이었고요. 그 초나라의 평왕, 초평왕이 자기 아버지와 가족들을 다 살해하는 상황에서 혼자 살아남아서 오나라로 넘어갑니다. 거기서 이 오자서라는 사람이 오나라 왕 합려의 신하가 되어가지고 나중에 오나라를 많이 도와서 힘을 강대하게 해서 초나라를 침공했고 그 수도를 점령했는데 그 때 거기서 이미 죽은 초평왕의 무덤을 파헤쳐서 그 시체에 채찍을 300번이나 쳐서 원한을 풉니다. 이 이야기를 들었던 친구인 신포서 라는 사람이 이 오자서에게 편지를 써서, 그 행위는 지나친 것이 아니냐, 하고 야단을 쳤는데 그 때 변명을 하면서, 자기의 처지가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고 그런 처지가 곤궁해서 결국은 도리에 어긋나는 것은 알아도 부득하게 순리를 거스르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라고 했는데 원래는 이처럼 오자서의 변명처럼 들리는 표현이었지만 나중에는, 잘못된 길을 고집해서 걷는 그런 상황을 일컬어서 쓰는 표현이 되었습니다.
▷ 서두원/사회자:
거꾸로 도(倒), 행할 행(行), 거스를 역(逆), 베풀 시(施). 대한민국 교수들이 왜 이 말을, 2013년을 진단하는 사자성어로 선정했나요?
▶ 김선욱 교수 / 숭실대학교:
아마도 2013년 올 한 해를 돌아보면서 한국 사회가 도리, 순리에 맞지 않은 여러 가지 일을 해 왔고 그래서 한국 사회가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기 보다는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 서두원/사회자: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가 어떤 점에서 도행역시. 순리를 거슬러 행동했다고 본 건가요?
▶ 김선욱 교수 / 숭실대학교:
먼저 개인들마다, 선택한 교수님들마다 의견이 조금 다를 수 있겠는데요. 전반적으로 보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소통과 투명성의 실종이 아니었나 생각이 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통령께서 하셨던 여러 가지 인사에서 발생했던 문제나 또는 대선 때 제시했던 여러 가지 공약이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없었던 일로 돌리는 일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일들에서 이미 잘 쌓아왔던 그런 시스템이 작동이 되지 않고 또 소통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전반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민주주의 시스템을 세웠고 그것을 정착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 왔는데 지난 한 해를 보면 상명하복의 권위주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또 대화와 소통을 위해서 만들었던 여러 가지 정책들을 사실은 거꾸로 돌리는, 그래서 민주주의 체제가 작동하지 않고 불통이 발생한 것이 현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 서두원/사회자:
그렇다면 과거 회귀적이었다, 이렇게 평가를 내렸다고 볼 수 있을까요?
▶ 김선욱 교수 / 숭실대학교:
물론 정부로서도 잘 하려고 했겠지만 그러나 그 동안 제도화했고 제도화를 통해서 활성화시키려고 했던 여러 가지 것들이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퇴보했다는 점에서는 결국 과거로 돌아가는 퇴행적인 모습이 연출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서두원/사회자:
자, 그렇다면, 안녕들 하십니까. 이런 제목의 대자보가 전국에 걸리고 있는데 말이죠. 이런 부분에 대해선 지금 교수님들,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나요?
▶ 김선욱 교수 / 숭실대학교:
뭐, 결국 이제 우리 한국사회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들은 결국은 그것이 학생들의 이야기에서도 나타나지만 그 일 자체가 표현이 되면 그것이 뭡니까, 한국 사회에서, 제도를 통해가지고 다시 해결이 되고, 그리고 그것이 문제는 그런 방식으로 해결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제도 속에서 해결이 되었다기보다는 그것이 표현이 되고 그것이 소리 높여지고 다시 돌아봐지지 않고 반성되지 않고 그런 현상이 문제라고 봐야죠. 궁극적으로는 소통이라는 것이 상호적인 것인데 그런 상호적인 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무언가가 결정이 되고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소리들이 귀에 들려지지 않는 것. 그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 서두원/사회자:
김선욱 교수님께서 보시기에는 한국 정부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뭐라고 여기십니까?
▶ 김선욱 교수 / 숭실대학교:
지금 청와대가 사실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스스로 자기 힘을 키우는 것에 주력하고 있는데, 그런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결국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산하 기관들. 그리고 관계하고 있는 국회들. 또 국회 여당, 야당들이 자신의 최선을 다해서 기량을 보일 수 있도록 여러 여건들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결국은 여당이 특히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율권을 부여하고 그래서 야당이 여당에 알아서 타협도 할 수 있고 하는 그런 자율과 권한을 충분히 부여하는 것. 그래서 창조 경제나, 창의성들이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 서두원/사회자:
네. 지금까지 숭실대학교 김선욱 교수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