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지난 4월 결정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 따른 시중 자금 공급 규모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가 설정한 지상 과제인 '2년 내 물가 2% 상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현재의 금융정책에 조정을 가할 만큼 미국발 변수가 크지 않다는 게 일본은행의 판단으로 보인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수순이었다.
미국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했지만, 미국은 이미 3차 양적완화를 진행중인 상황이라는 점을 일본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올봄에야 대규모 금융완화를 시작한 일본으로선 아직 '출구전략'을 논의할 때는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었다.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이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연결되면 물가 2% 상승 목표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다면 오히려 자금공급량을 예정보다 더 늘리는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할 수 있었지만 일본은행은 그 방안 역시 택하지 않았다.
일본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 10월 0.9%(전년 동기 대비)로 2008년 11월 이후 약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오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물가 2% 상승의 목표 시점인 내년 말까지 아직 시간이 1년 남아있는데다 내년 4월 소비세율 인상(5→8%)이라는 내부의 거대 변수가 기다리는 상황에서 때이른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경우 시장의 불안심리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게 일본은행의 판단이었던 것같다.
더욱이 미국 양적완화 축소의 규모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완만한 수준(월 850억 달러→750억 달러)'이라는 쪽으로 모아지면서 일본 증시가 미국 양적완화 축소 발표 직후인 19일 반등한 점도 현재의 금융정책 유지에 힘을 실어주었다.
또 양적완화 축소 이후 일본 수출기업에 호재인 엔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 점도 추가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SMBC프랜드증권의 이와시타 마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미국과 일본간 금융정책의 방향이 엇갈리게 된 현 상황이 양국 금리 차이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으로 연결되고, 그에 따라 현재의 엔화 약세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엔화 약세가 앞으로 6개월여 지속되면 내년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를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본은행은 이날 "상하 양 방향의 위험요인을 점검해 필요한 조정을 실시한다"며 금융완화 규모의 축소 또는 확대 여지를 남겨뒀다.
이와 관련, 미즈호증권의 스에히로 도루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추가적인 금융완화가 이뤄진다면 내년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발표되는 8월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