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택 처형의 후폭풍으로 북한에서 대규모 숙청의 공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서도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가 건재함을 알렸다.
또 장성택 최측근 인사 가운데 일부의 '생존'이 확인됨에 따라 북한의 숙청 정국이 일단 고비를 넘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14일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한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을 발표하면서 김경희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아울러 일각에서 망명설까지 제기된 로두철 부총리는 물론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리영수 당 부장,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등 장성택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도 대거 장의위원에 포함됐다.
이는 이들이 당장은 장성택 처형의 후폭풍에서 빗겨났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아울러 장성택 인맥으로 분류돼 본국 소환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의 활동도 15일 북한 언론의 보도에 나왔다.
김경희의 정치적 위상에 변함이 없고 일부 장성택 측근의 '생존'도 확인되자 정부 내 일각에서는 북한이 장성택 숙청 이후 내부 추스르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장성택 처형에도 김경희가 장의위 명단에 올라옴으로써 일단 그의 지위에 변화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다만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숙청 정국이 주춤할 가능성과 관련, "그 부분은 관심을 두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성택 숙청이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라고 보면 장성택 체포와 처형이 절정일 가능성도 있다"며 "구심점이 될 핵심 인물을 없애고 나머지가 흩어진 상황에서 차근차근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장 연구원은 "쿠데타 식으로 한꺼번에 숙청 정국으로 몰고 갔을 때 체제가 굉장히 불안해질 수 있다"며 "지금 섣불리 얘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것을 최대한 막으면서 차근차근 진행해나가는 분위기 같다"고 진단했다.
한편 정부는 장성택 처형 정국 속에서 주말 내내 주요 당국자들이 자리를 지키는 등 긴장감을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 정세의 변화 상황을 면밀히 주시했다.
류길재 통일장관은 전날에 이어 15일에도 청사에 출근, 당국자들로부터 북한 내부 동향을 보고받았다.
류 장관은 북한의 향후 행태 및 반응과 관련,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북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주말 내내 정세분석국, 통일정책실 등 관련 부서 근무자들이 대거 출근해 평일과 같은 부산한 분위기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