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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바람 불어 좋은 날? 감사한 날!

우상욱 논설위원

입력 : 2013.12.10 10:55


'바람'을 좋아하시나요? 어렸을 때 자주 부르던 노래 가운데 '산바람 강바람'이라는 동요가 있습니다. "산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으로 시작합니다. 바람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바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겨울에는 가뜩이나 추운 몸과 마음을 더 얼어붙게 만듭니다. 특히 손끝, 발끝, 코끝 등을 떨어져나가는 것처럼 아프게 합니다. 봄에는 황사를 몰고옵니다. 꼭 황사가 아니더라도 먼지를 일으킵니다. 여름에 바람은 태풍으로 대변됩니다. 막대한 피해를 가져다주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바람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국에 와서 바람은 제게 가뭄의 단비 마냥 반가운 존재가 됐습니다. 아니, 그저 좋은게 아니라 감사의 대상입니다. 일기예보를 보면 예전에는 날씨가 어떤지, 기온은 어떤지를 먼저 챙겼습니다. 바람 세기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요즘은 풍속부터 확인합니다. 바람이 1~2급의 미풍이라면 낙담합니다. 하지만 4~5급의 꽤 강한 바람이 예보되면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집니다. 왜냐고요? 바람이 불어야 스모그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스모그 2지난 8일 오전 베이징의 모습입니다. 숨 막히는 스모그에 잠겼습니다. 가시거리가 채 100미터도 안됐습니다. 공기에서는 매캐한 탄내가 났습니다. 공기질량지수는 5백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pm2.5의 미세먼지가 세제곱미터당 3백 마이크로그램을 넘어섰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기준치의 12배에 달합니다. 중국 자체 기준치에 비해서도 6배입니다.

중국 스모그 3그런데 오후 들어 북쪽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기온은 뚝뚝 떨어졌지만 스모그는 바람에 몰려서 베이징을 떠났습니다. 공기는 맑아졌고 하늘은 청명해졌습니다. 그리고 어제 베이징은 말 그대로 투명했습니다. 눈 부시게 파란 하늘이 너무 반가워서 근처 공원에 가서 1시간이나 걸었습니다. 공기도 흠뻑 들이마셨습니다.

지난 일주일 내내 상하이와 난징 등 중국의 중부 지역 거의 전체가 스모그에 점령 당했습니다. 지난 7일 토요일의 경우 상하이의 공기질량지수가 5백을 넘어섰습니다. 난징의 초중고교는 며칠씩 휴교해야 했습니다. 산둥과 충칭시 주변 고속도로들은 돌아가며 폐쇄됐습니다. 수백편의 여객기 운항이 취소되거나 지연됐습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는 중국 역사책에 이름을 남기게 됐습니다. 언론은 지난 주를 '스모그주'라 부릅니다.

중국 스모그 4이 지역 주민들은 경악했습니다. 과거에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하이시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상하이는 바닷가에 붙어 있습니다. 사방으로 적어도 4시간 이상 차를 타고 달려야 산이 나올 만큼 평평한 땅위에 서있습니다. 막힌 곳이 없다보니 강한 바람이 자주 붑니다. 또 아열대 기후라 일년 내내 비가 많습니다. 따라서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서 공기를 청소해줬습니다. 게다가 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습니다. 북방에 비해 주요 오염 원인이 하나 없습니다. 매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의 북부 지역만큼 장기간 스모그가 발생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무려 일주일이나 스모그에 갇혔던 것입니다.

기상 전문가들에게 알아보니 지난주 이 지역에 시베리아 고기압에서 떨어져 나온 약한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꿈쩍 않고 버텼다고 합니다. 원래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기압골이 형성돼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었어야 하는데 그런 현상이 실종된 것이죠. 그러자 공기의 흐름은 정체됐고 매연이 빠져나가지 않고 공기중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금방 스모그가 형성됐습니다. 일주일이나 지속됐습니다.

중국 스모그 5이런 현상은 무엇을 설명해주는 것일까요? 난방을 하든, 하지 않든 중국의 전역은 이미 치명적인 스모그가 발생할 만큼 공기 오염물질이 많다는 뜻입니다. 중국 전역의 대도시가 기본적으로 공기가 깨끗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다만 북방은 상대적으로 건조한 기단이 지속적으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아 스모그가 자주 발생한데 비해 중부 지역 이하의 남방은 많은 비와 바람으로 공기를 자주 씻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일종의 기상 이변으로 오랫동안 공기 정체 현상이 벌어지자 남방에서도 북방만큼이나 심각한 스모그가 당장 발생했습니다. 다시말해 자연이 비와 바람으로 씻어주지 않으면 중국 전역 어디서나 심각한 스모그가 발생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입니다.

베이징은 지난달 중순 난방을 시작한 이래 오히려 스모그 발생 빈도가 뚝 떨어졌습니다. 웬일로 바람이 자주 불어줘서입니다. 그래서 확인 안된 소문도 돕니다. 수뇌부의 강력한 지시로 중국 정부가 인공강우처럼 인공적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기술을 이미 개발했다는 내용입니다. 스모그가 이틀쯤 간다 싶으면 바람을 일으켜 몰아낸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이 들립니다. 실제 그런 기술이 개발됐다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유언비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하늘을 보며 간절히 빕니다. 내일도 저희들에게 바람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