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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5살이던 2004년 8월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상화는 될성부른 떡잎이었습니다.
대표팀 합류 후 첫 시즌(2004-2005) 종목별 세계선수권 500m(2005년 3월)에서 동메달을 따내 단숨에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단거리의 에이스로 떠올랐죠.
당시 제갈성렬 이후 9년 만에,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달을 땄고, 특히 고교생으로는 남녀를 통틀어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내 깜짝 스타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표팀에서 맞는 두 번째 시즌이 바로 올림픽 시즌이었습니다. 2006년 토리노에서 이상화는 메달 기대주였지만, 5위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500m 1차 레이스에서 자신의 한국기록에도 못 미치는 38초 69를 기록해 부진했지만, 2차 레이스에서 38초 35로 3위에 올라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상화 선수 본인도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아쉬움과 함께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은 5위 안에 드는 거였고요. 한 번 타보니까 욕심이 나서,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 아쉽고요.
아직 기회가 많으니까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내겠습니다.” 4년이 흘러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올림픽 전 마지막 대회인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서 여자부 종합 우승을 차지한 겁니다.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은 단거리 종목인 500m와 1,000m에서 이틀 동안 레이스를 펼쳐 합계로 우승자를 가립니다. 1994년부터 올림픽 직전 이 대회 여자부 우승자는 모두 올림픽 500m를 석권했기 때문에, 이상화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습니다.
이상화는 밴쿠버올림픽 500m 1차 레이스에서 38초 24를 기록해, 당시 세계기록 보유자이자 월드컵 랭킹 1위였던 독일의 예니 볼프를 0.06초 차로 꺾었습니다.
2차 레이스에서는 37초 85로 볼프에 0.02초 뒤졌지만, 두 차례 레이스 합계 금메달을 목에 걸었죠. 이상화는 그렇게 당당한 ‘빙속 여제’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작전 같은 건 없었고요. 볼프 선수 100m가 너무 빨라서, 저는 서두르지 않고 열심히만 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이걸 이뤄냈나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아서 울컥했어요.”
이상화는 이제 세 번째 올림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피겨여왕’ 김연아와 함께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을 노립니다. 올 시즌 월드컵 2개 대회에서 4차례 레이스를 펼쳐, 세계기록을 3번 썼습니다.
현재 월드컵 포인트만 놓고 봐도 이상화가 400점, 라이벌인 중국의 왕베이싱과 미국의 헤더 리처드슨, 독일 예니 볼프 모두 200점대로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져 있습니다.
4년 전 도전자에서 이제는 타이틀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된 데 따른 부담감을 떨쳐낸다면, 그리고 현재의 컨디션을 계속 이어가기만 한다면, 이상화에게 올림픽 2연패의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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