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SBS 8뉴스에 방송될 아이템 가운데 핵심적인 기사를 미리 보여드립니다. 다만 최종 편집 회의 과정에서 해당 아이템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70세 할머니의 집을 찾았습니다.
냉장고 옆 플라스틱 바구니에 약봉지가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할머니는 어떤 게 혈압약이고, 어떤 게 심장약이고, 어떤 게 당뇨약인지 잘 모르는 채 한 번에 열 알 가까이 되는 약을 드시고 있었습니다.
서울에 사는 65세 할아버지도 심장내과, 소화기내과 그리고 비뇨기과 병원에서 각각 약을 처방받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조사결과 65세 이상 어르신의 68%가 2개 이상의 만성병에 대해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지난 2010년 전산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 의사가 컴퓨터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겁니다.
하지만,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조사결과 그 이후에도 중복처방 건수가 많았는데 2011년 한 해 동안 34만 5천 건이나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55%는 65세 이상 어르신이었습니다.
DUR이라고 하는 이 전자시스템에 빈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 전산으로 확인할 수 기간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1월 1일에 한 달 치 관절염약을 처방받았다면 의사는 11월 30일까지만 이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은 관절염 약을 아플 때만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남은 관절염약을 12월까지 복용하다가 감기 때문에 병원을 찾았을 땐 의사는 이 환자가 관절염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실제로 올해 71세 노인이 관절염약과 감기약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진통소염제를 중복으로 복용하다가 신부전증으로 사망했습니다.
또 종합감기약이나 해열제 같은 일반 의약품의 경우엔 전혀 조회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젭니다.
일반 의약품도 다른 금기 약과 복용했을 땐 급성요폐나 경련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밀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겠지만 당장에는 자신이 어떤 약을 먹는지 꼼꼼히 메모해두었다가 병원 진료를 받는 게 약 중복의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