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19일 공개된 일제 강점시기의 피해자 명부가 대일 배상청구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록을 봐가면서 검토를 한 다음에 그 결과를 놓고 (일본 측에)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것"이라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일본 관동(關東·간토) 대지진 피살자 문제와 관련, "공권력에 의한 피해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일본 민간 조직에 의해 피해를 많이 봤던 것 같다"면서 "정부 대 정부 협상을 통한 배상으로 보는 데에 어떤 측면이 있는지는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1운동 희생자들의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소송이 제기되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법적으로 어떤지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데에는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상의 조항이 해석상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추정된다.
청구권 협정 체결 당시 우리가 제출한 '대일청구 요강'(8개 항목)에는 강제징용 피해와 관련해서는 언급이 있지만 3·1 운동과 간토 대지진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는 직접적인 명시가 없다.
다만 한일 청구권 협정 2조에는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외교부의 다른 당국자는 "강제징용 피해도 피해 자체를 일일이 거론하지 않고 총액으로 한 데다 그때 언급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해서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5년 청구권 협정 효력범위 등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공동위원회에서 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는 사안으로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사할린 한인 ▲ 원폭 피해자 문제 등 3가지를 거명했다.
지난해 5월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데 이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현재 진행 중인 사법절차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면서도 한일 청구권 협정의 효력 문제와 큰 틀에서의 한일 관계 등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당국자는 "이런 문제들은 한일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생각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