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조기 참여해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TPP 협상 참여의 실익이 크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TPP 관련 첫 공청회에선 TPP 협상 참여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갈렸다.
TPP 참여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분업을 통한 경제적 수익 창출과 국내총생산(GDP) 증가, 일본 견제 등을 찬성 이유로 꼽았다.
박천일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산업발전 단계가 다양한 국가들이 모인 TPP에 참여하면 역내 분업구조를 바탕으로 한 생산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 생산비가 절감되는 등 산업적 효용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간재 비중이 67.6%로 일본(58.9%)과 중국(48.6%)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주축으로 한 생산네트워크에서 빠질 때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세계시장에서 가장 많이 경합하는 일본이 동남아 국가들을 활용해 역내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하면 일본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김정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하면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460억 달러(작년 GDP의 2.5%) 늘어나겠지만 제외될 때 오히려 30억 달러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TPP의 일원이 되면 우리와 FTA를 맺지 않은 일본·호주·뉴질랜드·멕시코·캐나다 등 5개국과 단숨에 단일시장을 형성하게 돼 FTA 협상에 따른 국내 정치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협상 참여가 늦을수록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켜 참여비용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며 되도록 빨리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TPP가 사실상 한-일 FTA로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화학·전기전자·일반기계 등에서 적자를 보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피해보다 이익이 훨씬 크다"며 "불참하면 우리의 최대 라이벌인 일본을 견제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TPP 참여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반대론자들은 당장 협상에 참여해 얻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농수산업을 포함해 산업별 영향 분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TPP 참여의 득과 실'이라는 주제발표에서 "TPP에 서둘러 참여해 크게 얻을 게 없는 반면에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부담은 적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개시된 한-미 FTA 협상의 대표적인 찬성론자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내년도 쌀 관세화 및 한-중 FTA의 농업 관세 철폐 문제로 사회적 격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TPP 협상에 참여해 추가 시장개방 압력에 직면하면 정치적·사회적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미국이 TPP 가입 조건으로 내밀 것으로 예상하는 쇠고기시장 추가 개방, 쌀 관세화 이후의 관세 인하 등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TPP 참여 효과라고는 일본을 비롯한 비(非)FTA 5개국과의 FTA 효과"라며 "일본과는 마이너스, 나머지 4개국과도 소폭의 경제적 이득만 기대할 수 있어 전체적으로 GDP 증가 효과는 0.1∼0.2%에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우리가 TPP에 참여하는 순간 미국의 쌀·쇠고기 추가 개방 요구를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칠레 등이 줄줄이 농수산물 전면 개방을 압박해올 텐데 우리가 여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우리가 맺은 다른 FTA와 달리 TPP에 대해 산업별 영향 분석이 거의 안 돼 있는 상황에서 TPP 참여를 결정하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TPP가 결국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지리멸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홍렬 한양대 디지털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동향을 보면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속한 민주당 내에서조차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거나 국회가 행정부에 협상 권한을 위임하는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참여국들이 상정한 높은 수준의 TPP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공청회에 참석한 최동규 산업부 FTA 정책관은 사견임을 전제로 "우리가 TPP에서 배제되면 상당한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며 "언젠가 참여할 것이라면 서두르는 게 낫지 않겠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나올 내용이 없다면 굳이 공청회를 더 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있다"며 사실상 이날 공청회를 끝으로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공청회장에선 농민 일부가 '밀실·요식행위식 공청회 중단' 등을 외치다 현장에 배치된 경찰들에게 끌려나가는 등 한동안 소동이 일었다.
'FTA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는 공청회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TPP 협상은 철저하게 비밀협상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어느 정도의 피해가 올지 가늠하기도 힘들다"며 "불확실한 정보에 근거해 덜컥 참가를 결정하는 것은 자해행위에 다름없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