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에서 14일 개막한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의 올해 행사에서는 국내 게임업체의 대작 게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일단 주로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크고 화려한 부스를 뽐내던 개인고객(B2C)관 부스 수부터 지난해보다 약 11% 줄어든 1천235개 부스가 됐다. 그나마 이 수치도 해외 업체의 부스 수가 지난해 202개에서 246개로 22%가량 늘어난 덕분에 감소 폭이 줄어든 것이다.
지스타 개최 때마다 벡스코 앞마당을 가득 채웠던 관람객들도 올해는 육안으로 봤을 때 절반가량으로 크게 줄어든 모양새다.
이처럼 올해 지스타가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에게 외면받는 것은 게임 관련 규제가 중복되면서 국내 업체의 참여가 저조해진 데다 대작 PC용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 소품으로 업계 무게 중심이 옮겨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임 중복 규제 등 영향으로 국내 업체 참여 저조
지난해 지스타에서 가장 넓은 부스를 차려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의 자존심을 세웠던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은 '도타2'와 '페리아연대기' 등을 앞세워 올해도 큰 규모로 참여했다. 하지만 가장 넓은 부스는 해외 게임업체인 블리자드에 넘겨줬다.
여기에 넥슨과 함께 대형 게임사에 속하는 엔씨소프트와 CJ E&M 넷마블,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게임즈 등은 올해 B2C관에 부스를 마련하지 않았다. 지난해 주후원사였던 위메이드도 B2C관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넥슨 외에 B2C관에 부스를 마련한 국내 업체는 '검은 사막', '플래닛사이드2'를 공개하며 최근 적극적으로 게임 부문을 육성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킹덤언더파이어'의 블루사이드, 그라비티 등뿐이다.
사실 국내 업체의 지스타 참여 저조는 일찍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올해 초 새누리당 의원들이 게임업체 매출의 1%를 '중독치유기금' 명목으로 걷을 수 있게 해 논란을 빚은, 이른바 '손인춘법(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게임업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특히 지스타 개최지인 부산 해운대구를 지역구로 하는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도 해당 법을 공동발의한 것으로 알려진 것을 계기로 일부 업체는 공개적으로 '지스타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남궁훈 당시 위메이드 대표는 서 의원을 겨냥한 듯 "심지어 해운대 지역구 의원까지 본 법안 상정에 참여한 참담한 상황"이라며 "법안 상정 자체에 항의하는 의미로 2013 부산 지스타는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B2C관에 사실상 '볼 것'이 없다"면서 "게임에 대한 규제 움직임도 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업체들 참여 늘어…소니 3년 만에 지스타 참여
국내 업체들이 빠진 자리를 채운 것은 해외 업체들이다.
올해 지스타에 B2C관에 참여한 해외 업체는 12개로 지난해 7개사의 갑절 수준이다. 부스 규모로 봐도 지난해 202개 부스에서 246개 부스로 22%가량 늘었다.
지스타에서 가장 넓은 규모의 부스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하스스톤', '디아블로3'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확장팩을 들고 온 블리자드가 차지했다.
2011년과 지난해 부스를 마련하지 않은 소니도 3년만에 지스타를 찾아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등을 소개했다.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도 일본의 게임 플랫폼 GMO앱스클라우드가 단독 부스를 마련해 국내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온라인→모바일로 무게 중심 이동…개최 시기도 영향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대작 PC용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 소품으로 게임 산업의 중심이 이동한 것도 지스타 흥행 저조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온라인 게임은 개발 기간도 길고 개발 비용도 천문학적 액수가 드는 대신 게임의 수명도 수년에서 길게는 10년 안팎으로 길어 연례행사인 지스타를 통해 게임을 알리는 것이 유용했지만 모바일 게임은 이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한 반복이 많은 모바일 게임은 게임 수명이 수개월에서 1년 안팎으로 짧아 연례행사를 통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단기간에 높은 수준의 마케팅 활동을 벌일 수 있는 대형 게임업체가 아니라면 지스타에서 모바일 게임을 크게 흥행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지스타에서도 모바일 게임사의 참여는 늘었지만 대부분 한국콘텐츠진흥원 공동관이나 부산게임기업 공동관 등 부스에 작은 공간을 마련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별도 게임포털을 보유한 NHN엔터테인먼트의 '포코팡'과 엠게임의 '프린세스메이커 포(for) 카카오'가 야외 부스를 마련해 게임을 홍보한 것 정도가 전부다.
개막일 관람객 수도 예년과 견줘 눈에 띄게 줄었다. 예년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일에 개막해 게임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많이 왔지만, 올해는 평소보다 1주일 늦게 개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