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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에 별 탈 없나요?…멧돼지 습격에 '골머리'

입력 : 2013.11.03 08:59


전북 전주시청에 근무하는 이 모(54) 계장은 최근 시골에 사는 누나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큰일 났어. 멧돼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큰 오빠의 묘지들을 완전히 파헤쳐버렸어. 어떻게 해야 할지…. 속상해 죽겠어'라는 수화기 너머의 누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고 한다.

전화를 받은 이 계장은 이튿날 연차를 내고 집안 산소가 있는 완주군 동상면의 야산으로 향했다.

한참을 오르니 눈앞에는 폭격을 받은 듯 무덤들이 사정없이 파헤쳐져 있었다.

어이없는 광경에 다리 힘이 풀려버린 그는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추석 전에 단정하게 깎은 묘지와 주변의 반듯한 잔디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묘지 5기 모두 이미 황톳빛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무덤 주변에는 멧돼지 발자국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른 이 계장은 동네 인부들을 불러모아 꼬박 이틀간이나 분봉을 다시 만들어야 했다.

비용도 수십만 원이나 들여야 했다.

이 계장은 묘지 보수를 마친 뒤 내려오다가 인근의 또 다른 무덤들 역시 여기저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멧돼지 습격으로 이 야산의 묘지 수십 기가 파손됐다는 말도 인부들에게 전해들었다.

농작물 수확철이 끝나자 먹이를 구하지 못한 멧돼지들이 농경지보다는 묘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멧돼지들이 벌레나 두더지 등을 잡아먹으려고 무덤을 파헤치고 있다는 것이다.

철조망으로 묘지를 둘러싸면 괜찮지 않으냐고 묻자 인부들은 '별 소용이 없다. 철조망도 뚫어 버린다'며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겨울 혹은 내년 가을에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을 우려한 그는 걱정이 앞섰다.

'호랑이 변을 묘지 앞에 뿌려 놓으면 냄새를 맡은 멧돼지들이 겁을 먹고 침범하지 않는다'는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린 그는 조만간 전주동물원을 찾아 호랑이 변을 구해볼 생각이다.

이 계장은 "전주 기린봉이나 모악산을 오르내리면서 묘지가 훼손된 것을 종종 목격한 적은 있지만, 실제 당해보니 황당했다"면서 "말 못하는 짐승을 원망할 수도 없고 이래저래 속이 상하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