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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류의 숙원 '에이즈(AIDS) 완치', 길 열리나…?

이상엽 기자

입력 : 2013.11.02 14:12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에이즈(AIDS)'는 한때 암과 함께 대표적인 '불치병'으로 여겨져 온 질병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감염시켜 파괴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면역력을 낮춰, 결국엔 각종 감염성 질환으로 사망할 수 있는 병입니다. 이 HIV는 길게는 10년 이상 아무 증상 없이 몸속에서 잠복하면서 서서히, 그러나 꾸준히 면역세포를 파괴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그러나 여러 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는 칵테일 요법이 점점 개선되면서, 이제는 꾸준히 치료받으면 큰 불편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해져 '만성 감염질환'으로 분류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에이즈를 완치할 치료법만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무리 최신의 우수한 치료제를 사용하더라도 완전히 HIV가 제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치료제를 끊는 순간부터 몸속의 HIV가 다시 증식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HIV의 완치'에 바짝 다가선 치료법이 최근 개발돼 세계 의학계가 크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의학센터(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댄 바루치(Dan Barouch) 박사팀이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에서 바이러스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획기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지난달 30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겁니다. 어떤 방법일까요?

 연구팀은 HIV에 이미 감염된 사람에게서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항체에 주목했습니다. 사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 중 극히 일부는 어떤 이유에선지 HIV에 대한 자연적인 면역력을 갖고 있고, 또 HIV 감염자들 중에서 약 10~20%는 HIV에 저항하는 희귀 항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희귀 항체를 대량 증식시켜 여러 종류를 섞은 다음, HIV와 매우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는 형제 바이러스, '유인원면역결핍바이러스(SIV)' 에 감염된 원숭이 35마리에 투여했습니다. 그러자 이 항체를 투여한 원숭이들에서 SIV가 소멸된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에이즈 캡쳐
 특히 이 가운데 'PGT121'이라는 항체의 효과가 가장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 원숭이 18마리 가운데 거의 대부분인 16마리가 이 항체를 한번만 투여했는데도 1주일 안에 SIV 수치가 탐지할 수 없는 수준까지 줄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최대 84일간 이 효과가 이어졌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항체의 효력이 약해진 뒤에는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났지만, 실험 대상 가운데 SIV 수치가 가장 낮았던 3마리는 바이러스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연구 책임자 바루치 박사는 "완치된 것은 아니지만 놀라운 결과"라며 이 항체를 빨리 인체 임상시험을 거쳐 평가하자고 말했습니다.

 사실 항체를 이용해 에이즈를 치료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쉽게 항체를 얻기 어려운데다 항체의 부작용 등도 겹쳐 실패로 끝났지요.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2010년 이후 최근 들어 항HIV 항체를 대량으로 얻는 기술이 한층 발전한데다, 이번 연구결과가 비로소 HIV만을 표적으로 삼아 강력하게 작용하는 항체, 즉 ‘HIV 특이적 단일클론항체’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용어가 조금 어렵지만, 단일클론항체란 쉽게 말해 ‘한 놈만 패는’ 항체입니다. 다른 바이러스는 쳐다보지도 않고, HIV만 찾아다니면서 달라붙어 패는 항체이기 때문에 치료제로서 아주 전도가 유망한 항체입니다.
 
 이 항체를 이용해 에이즈를 치료하면 지금까지의 칵테일 요법보다 더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합니다. 현재 칵테일 요법에 쓰이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제재는 바이러스가 우리 몸속에서 복제해서 늘어나는 것만 막을 뿐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거나 세포 속에 잠복하는 것은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HIV 한 놈만 패는' 항체를 사용하면 처음으로 '에이즈의 완치'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에이즈는 매우 까다로운 질환입니다. 사실 연구자들도 어떤 '기적의 신약'이 불쑥 나타나 모든 에이즈 환자를 완치시킬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가 사람에게 성공적으로 적용된다면, 기존의 칵테일 요법과 병용해서 처음으로 '확실한' 성과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다시 학계를 달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