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의혹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감시 대상으로 거론된 우방국들은 물론 미국 정계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보수집 활동에 대한 재검토를 시사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독일과 스페인 등 도청 표적이 된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비난 여론으로 들끓고 있으며 미국 상원마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 국가안보국의 정보수집이 국가 안보를 위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첩보활동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정보 당국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문제에 관련돼 있고, 최근 수년간 정보당국의 역할이 확대하고 발전해온 것을 목격했다면서, 관련 활동을 재검토에 착수하려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미 국가안보국이 메르켈 독일 총리 등 각국 지도자들을 도청한 사실을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바마의 진화 시도에도 미 국가안보국의 감시 대상이 된 우방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 도청 의혹과 관련해 다음달 중 의회 임시회의를 소집하고 총리실 대표를 미국에 보내 해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신화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메르켈 총리의 기독교민주당(CDU)과 연정 파트너인 기독교사회당(CSU)은 다음달 18일 임시회의를 열고 메르켈 총리를 겨냥한 도청 등 미국의 스파이 행위를 다루겠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유럽연합(EU) 의회 대표단도 백악관 국가안보 담당과 정보당국자 등을 만나 최근 불거진 정보수집 행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독일 출신인 엘마르 브록 유럽의회 외교위원장은 AFP통신에 "메르켈 총리를 10년 넘게 도청하는 식의 스파이 활동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의 도청행위가 독일법 위반이라고 성토했습니다.
이밖에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기구인권위원회(IACHR)의 펠리페 곤살레스 대표는 미국이 안보활동을 할 적법한 필요가 있더라도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상원 정보위원장은 국가안보국을 적극 옹호해온 태도를 바꿔 우방에 대한 도청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고 의회 차원에서 활동을 재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프랑스와 스페인, 멕시코, 독일 등 우방국 정상을 겨냥한 정보수집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보 당국이 10여 년간 해온 특정 감시활동에 대해 상원 정보위원회가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며 "첩보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정보당국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를 의원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국이 다른 국가와 적대관계에 놓이거나 이런 종류의 감시행위가 꼭 필요한 긴급한 상황이라면 몰라도 우방국 정상들의 전화통화나 이메일 내용을 수집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