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이 한반도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면 우리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군사개입에 대한 우리 정부의 1997년 입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처음 내놓은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다.
당시 미국과 일본은 냉전 체제 종료에 따른 안보 환경 변화에 맞춰 안보관계를 재조정했으며, 이런 방향을 1996년 발표한 '미일 안보 공동선언'에 담았다.
이 선언에 맞춰 미국과 일본은 19년 만인 1997년 9월 미일 방위협력 지침을 개정했다.
개정된 지침의 골자는 일본 주변 지역에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미일 양국이 공동 대처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주변 지역이란 한반도 등을 지칭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일본 자위대가 우리 영토에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히 있었다.
특히 유사시 비전투원인 자국민 소개(疏開)를 이유로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입하는 사안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지침 개정 한 달 전(1997년 8월)에 주한 미국·일본 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우리의 주권과 주권적 권리 및 한반도 평화·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은 한미, 한일간 긴밀한 협의와 합의를 통해 추진돼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구체적으로는 미일간 협력 활동 가운데 한반도 주변수역에서의 북한 선박 임의검색, 비전투원 소개 활동 등에 대해 사전 협의·협조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나아가 국방부는 방위지침 개정에 따른 미일간의 구체적인 작전계획 수립 등과 관련, 1997년 10월 "일본 자위대의 우리 영토·영공·영해 내에서의 작전활동을 불허하고 우리측 작전지역 및 방공식별 지역 안에서 활동할 때도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미일 양국에 전달했다.
정부는 이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구 등의 문제로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과 관련한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이런 입장을 견지해왔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와 관련, "한반도와 한국의 주권과 관련된다면 우리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부 고위당국자의 최근 발언도 새로운 우리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기존 입장과 같은 차원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한반도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우리의 승인 내지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미일간의 안보 협력 강화가 갖고 있는 양면적인 성격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서로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미일간 안보협력 강화가 한반도 안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주일미군 지원을 명분으로 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구가 일본의 군사적 보통국가화 및 군사대국화로 가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정부 안팎에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주가 용인되고 과거 일제 침략의 모습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상당한 국민적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기본 원칙을 재차 명확히 밝히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국제법상 주권적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 추구 자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점과 일본 내 자위권 추구 논의가 아직 구체적인 진전을 보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한반도 안보 사항이 벌어졌을 때 주권국의 동의 없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우리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상식적인 원칙"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