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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서방 유화책에 국론분열…반미시위도 격화

입력 : 2013.10.28 10:45

반미 현수막 철거에 반미주의자들 "혁명적 분노 폭발"


미국 외교관이 군복 하의를 입고 협상 테이블 아래에서 총을 겨누는 사진, 협상장에 사나운 투견을 세워둔 사진, 독수리 발톱과 악수하려는 손 사진.

지난주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 곳곳에 갑자기 등장했다가 26일(현지시간) 이란 정부의 명령으로 철거된 반미 현수막들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반미 포스터가 설치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현수막은 지난 8월 취임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서방에 유화적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등장해 특별히 눈길을 끈다.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이번 일이 미국과 관계 개선 문제를 놓고 이란 내부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WP는 특히 정부가 현수막 철거를 지시한 것이 반미주의 지지자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34년간 불모상태였던 양국 외교 관계를 개선하고 핵 협상을 타결하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이란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직접 접촉한 것은 1979년 이후 처음이어서 세계 정치·외교가에 큰 화제가 됐다.

로하니의 이러한 대(對) 서방 유화 정책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란 내 보수주의자들과 혁명수비대 등 강경파는 이 같은 움직임에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혁명수비대 민병조직 바시즈의 모흐센 피르하디 테헤란 지부장은 자신이 현수막 게시를 지시했다며 "이들 현수막은 체제 이익에 부합한다"고 현지 언론에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이번 현수막 철거 사태는 이란 내 반미 움직임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 로하니 대통령을 비판하는 측은 34년 전 있었던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 기념일인 다음달 4일 대규모 반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현수막 제작을 후원한 비정부단체(NGO)에서 활동하는 에흐산 무함마드 하사니는 "현수막 철거 사태가 내달 4일 시위의 혁명적 분노를 폭발시킬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