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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참전용사, 홀로 한국전쟁 박물관 운영

입력 : 2013.10.27 19:37

"내가 죽더라도 문 닫지 않게 한국정부가 도와주길"


"이제 세상을 떠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이 박물관 관리에 한국 정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스 펠레폰네소스 북서쪽 피르고스에서 한국전쟁 박물관을 운영하는 콘스탄티노스 파로스씨(83)는 27일 "내가 죽어도 박물관은 이곳에서 계속 남아있기를 바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한국전에 연락장교로 참전한 파로스씨는 평생을 바쳐 모은 물품들을 전시한 박물관을 물려줄 자녀가 없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그는 지난 2009년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자택 지하층을 고쳐 자비로 사들인 한국전 관련 물품 400여점 가운데 200여점을 전시한 박물관을 열었다.

아테네에서 자동차로 4시간이 족히 걸리는 시골에 있어 찾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파로스씨는 매일 정성을 다해 관리하고 있었다.

이 박물관에는 파로스씨가 한국전 당시 입었던 군복을 비롯해 자동소총과 권총, 수통, 무전기, 통신장비, 쌍안경, 전투식량, 지도, 서적, 사진 등 종류도 다양했다.

전시실 중앙에는 한국전 때 쓰였던 지프가 자리했다.

파로스씨는 "지금도 운행할 수 있다"며 지프에 올라 시동을 걸어 보이기도 했다.

박물관 입구에는 3면으로 구성된 추모비도 웅장하게 서 있었다.

그가 직접 썼다는 비문은 한국전쟁의 발발 배경과 경과, 그리스의 한국전 참전 현황 등을 자세히 담았다.

파로스씨는 "한국전에서 희생한 그리스 군인들이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박물관과 추모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전 당시 외교관을 꿈꾸며 대학에 다니던 파로스씨는 애초 참전할 뜻이 없었으나 영어가 능통한 연락장교가 필요하던 육군으로부터 차출됐다.

그는 "원치 않게 참전했지만 그곳에서 아내를 만나 내 인생이 바뀌었다"며 "아내의 고향으로 내려와 박물관까지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부인 아리기리 파로스씨도 간호장교로 한국전에 파견됐으며 대령으로 예편해 파로스씨와 함께 박물관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방한했던 파로스씨는 "많은 젊은이가 희생한 한국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을 보니 내 자신도 자랑스러웠다"며 60년 전을 회상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피르고스<그리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