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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학 재학생 절반은 도서관 '대출 0건'

최우철 기자

입력 : 2013.10.24 17:29

도서관은 학점·스펙 쌓는 독서실


  책 읽기 가장 좋은 계절, 가을이 깊어갑니다. 문득 우리나라 대학생이 얼마나 책을 읽는 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매년 작성하는 교육통계연보 12년 치 자료를 분석해 봤습니다. 어학 공부에 취업 스펙 쌓기에 바쁜 요즘 대학생. 독서 통계를 분석할수록 실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2000년과 2012년을 비교했습니다. 국내 대학의 도서관 수는 493개에서 626개로 21% 증가했습니다. 장서 수는 7천 25만여 권에서, 1억 3천3백74만여 권으로 90%나 늘었습니다. 도서관 좌석 수도 2만 2천여 개 증가했습니다.도서관 열람실마다 양서가 확충되고, 자리는 늘었지만 정작 책을 빌려보는 학생은 크게 줄고 있습니다.

  2000년 우리나라 대학 도서관 이용자는 2천4백45만여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엔 그 수가 179만여 명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10년만 에 7% 수준이 된 겁니다. 대학 재학생 가운데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한 학생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2010년 57.7%에서 작년엔 55.5%로 줄고 있습니다. 도서관 책을 한 해 한 번도 빌려보지 않는, '대출 0건'인 학생이 전체의 44.5%나 된다는 얘기입니다.

  2009년 OECD 국가 간 비교를 볼까요. 한해 대학 도서관 1개당 대출된 책의 숫자가 104권에 불과합니다. 미국과 캐나다를 합친 평균이 581권, 호주와 뉴질랜드는 각각 497권과 441권과 크게 차이가 납니다.
  작년 현재, 국내 대학 재학생이 도서관에서 1년간 빌리는 책은 9.6권 수준입니다. 4년제 대학으로 분석 범위를 좁히면 11.2권 정도 됩니다. 하지만, 미국, 캐나다 등 북미연구도서관협회 평균 15권에 못 미칩니다. 지난해 국내 최다 대출 건수를 기록한 서울대에선, 학생들이 평균 32권의 책을 빌려 갔습니다. 그러나 미국 예일대의 46권에 비하면 한참 모자랍니다.

  성균관대학교 도서관의 지난해 대출 1위 도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신'이었습니다. 2위는 김진명의 고구려, 3위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4위는 인기 드라마 원작인 '해를 품은 달'입니다. 모두 소설이죠.
  지난 10년간 대학생이 급감한 것도 아니고, 빌리는 대신 책을 사서 볼만큼 대학생의 구매력이 갑자기 향상된 것도 아닙니다. 도서관 대출 급감 현상은 곤두박질하는 독서 실태의 가장 걱정되는 단면입니다.

  독서량이 부족하면 글쓰기나 의사소통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 기업체에서 원하는 업무 역량의 기초가 되는 자질입니다. 학점, 스펙 따려다 기본기를 놓치는 건 아닌지, 대학생들이 '소탐대실'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