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이 대통령의 덫에 걸려들었다." 미국 공화당 최고의 선거전략가로 꼽히는 칼 로브는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 여·야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끝내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피하기 위한 합의안을 도출한 과정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로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목적은 내년 중간선거에 앞서 공화당 지지도를 떨어뜨리려는 것이었으며 공화당이 이에 말려들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국민의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사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통령 지도력의 부재"라며 "미국은 대통령이 여야 간극을 메우고 합의를 도출하는 일을 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합의에도 불구, 의회는 아직 분열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나섰다가 자신의 의제를 추진하는 능력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 아예 의도적으로 협상에 나서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해리 리드(네바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존 베이너(공화ㆍ오하이오) 하원의장을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 몰아세우는 데 성공하는 등 제 역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모두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현재 하원의 공화당 지배를 끝내고 다수를 점하기 위해 셧다운과 디폴트 사태를 이용하려는 백악관의 전략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로브는 주장했다.
심지어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이같은 오바마와 민주당의 전략을 도와주기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잠정예산안을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과 연계하는 전략이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좌절되면서 사실상 명백히 실패로 드러났는데도 일부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이를 계속 고집했다는 것.
심지어 이들은 자신들의 전략에 동의하지 않는 동료 의원을 오바마케어의 은밀한 지지자로 몰아세우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오바마케어 무효화 전략은 인내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를 얻거나, 최소한 민주당이 미국인들이 지지하는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이뤄졌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 의회 내에서 오바마케어에 내재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보험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하원은 오바마케어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동시에 정부에 제한적으로 예산을 사용할 수 있게 했던 2011년 합의안 수준에서 잠정예산안을 통과시켰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실패한 전략을 고수하는 바람에 미국 국민의 눈에는 이번 사태가 오바마케어의 문제점 때문이 아니라 셧다운과 부채한도 증액을 놓고 벌인 싸움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이 놓은 덫에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걸려들었고, 그 결과 대통령은 더욱 강력해지고 공화당은 무력해졌으며, 오바마케어의 지지는 오히려 올라갔다는 것이다.
로브는 "예산과 세금, 부채와 관련된 여야 싸움은 아직 해결되지 않고 단순히 연기된 상태"라면서 "공화당은 잘못된 전략이 잘못된 결과를 도출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