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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상을 들끓게 했던 조두순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전 국민을 분노로 몰아갔던 아동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소원'이 개봉되면서 다시 여론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조두순이 고령인데다 알코올 중독까지 있어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가해자 조두순의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재처벌 청원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사부재리 원칙(확정 판결이 내려진 사건에 대해서 두 번 이상 심리 재판하지 않는 것)에 따라 재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성폭행 피해 아동의 아버지와 SBS 러브 FM 한수진의 SBS 전망대가 가진 인터뷰, 간추려 전해 드립니다.
▷ 한수진/사회자:
2008년 온 국민의 분노를 샀던 조두순 사건 기억하시죠. 아동 성폭력 사건의 아픔을 우리 모두가 절절하게 깨닫게 되었던 사건인데요. 이 조두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소원’이 최근 극장가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 상영을 계기로 인터넷 공간에서는 조두순을 재처벌 해야 한다는 서명운동까지 일고 있다고 합니다. 가해자 조두순의 형량이 지나치게 가벼웠다. 그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소원이라는 이 영화. 가장 아픈 마음으로 지켜보셨을 분입니다. 관련해서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나영 양 아버지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여전히 많이 힘드실 텐데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감사합니다. 이렇게 성범죄 예방을 위해서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버님. 지금 소원이라는 영화가 개봉된 이후 많은 분들이 다시 조두순 사건 떠올리면서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는데요. 아버님께서는 이 영화 가서 보셨나요?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시사회 때는 정신없이 봤어요. 며칠 뒤에 동네에서 다시 아이 엄마와 가서 보고 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스크린을 똑바로 쳐다보기도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가슴 아프죠. 끔찍한 일을 다시 회상해야 하고요. 사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아픈 상처 쪽만 들춰놓는 것 아닌가. 했는데 따뜻하게 치료과정을 조명해주신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보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영화보고 눈물이 나오시지는 않으셨던가요.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눈물이 왜 안 나오겠느냐마는 이제는 눈물도 마른 것 같아요. 가슴만 아플 뿐이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인터넷 공간에서요. 영화 개봉 이후에 가해자에 대한 재처벌이 필요하다고 해서 청원운동까지 일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소식 들으셨나요.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네. 참 답답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동감해주시고 가슴 아파해주시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까 그게 너무 속이 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법적인 현실이 그렇지 못했다. 사실 법적으로는 더 이상 처벌이 불가능한 것이죠.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에요.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네.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버님 당시에 조두순이 12년 형을 선고 받았었죠.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린아이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끔찍한 상처를 남겼는데 형량이 너무 낮았던 것이죠.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그 때는 아이 치료에 전념하다보니까 정황이 없었어요. 그래서 형이 많고 적고를 사실 생각을 못했었는데 마지막 1심 선고 때 12년 나오는 것 보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없었어요. 법정에서 소란 떨 수도 없는 것이고, 아. 현실이 이렇구나. 하는데 정말 말문이 막혔죠.
▷ 한수진/사회자:
충분한 처벌이라고 보지 않는다. 라는 말씀이시죠.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12년 형이 너무 부족한 것을 모든 국민들도 공감하기 때문에 이번 같은 서명 운동이 일어나고 그런 것 아니겠어요. 현실을 똑바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이의 피해를 봐서도 그렇고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해서도 법적 처벌이 너무 약했던 것 아닌가 하는 여론이 당시에도 많았죠. 조두순 사건 공판 열릴 때마다 아버님께서 항상 법정에 가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한 번도 안 빠지고 나갔습니다. 법정에서라도 피해자 가족에게 잘못했다고 하는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고 싶었어요. 너무나 뻔뻔했어요.
▷ 한수진/사회자:
전혀 없었나요?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분명 피해자 가족이 와있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도 방청석 쪽으로 스윽 아주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재판부에는 아주 정중하게, 들어올 때나 나갈 때나 90도로 인사하면서 공손 떠는 것을 보고 참, 저게 인간인가. 싶을 정도로 그 때는 괘씸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저 형량 줄일 생각으로 판사에게만, 재판부에게만 예의를 갖추었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피해자 가족에게는 전혀 미안한 표정도 없었나요.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그 비웃는 표정을 보면 더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어요.
▷ 한수진/사회자:
비웃는 표정이요. 한마디 사과도 없었고요.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도 법적인 처벌은 이렇게밖에 되지 않는 것이군요.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법정에서 한마디만이라도,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했으면 가슴이 덜 아팠을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아버님. 지금 많은 국민들이 우리 나영이 잘 자라기를 성원하고 걱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조금 조심스럽게 여쭙겠습니다. 나영이가 지금 몇 학년이 되었죠?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중학교 2학년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민한 시기라서 부모의 심정으로서는 더 조심스럽고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사춘기고 중2병이 무섭다고 하지 않습니까. 너무 예민해서 말 한마디 붙이기 힘들 정도로요. 이번에 주치의 선생님이셨던 신의진 의원님께서 3일 날 특별히 시간을 내서 진료를 봐주셨어요. 우울증이 온 것 같다. 몇 해 쯤 되어서 걱정이 된다는 말씀은 하셨어요. 그래서 특별히 봐주셨는데, 좀 힘든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지금도 계속해서 치료를 받고 있는 거죠?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그 동안에는 괜찮다고 해서 심리 치료를 줄였어요. 중2병이 그렇게 무서운 것 같아요. 다시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어려운 것이, 병원이 이렇게 일과 시간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학교 끝나고 나서 병원에 가기 힘들어요. 다른 주말 같은 때를 이용하면 좋겠는데 그 때는 병원진료를 안 하고요. 아이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학교에서 조퇴하는 것을 싫어해요. 친구들이, 왜 가느냐. 어디가 아파서 그런지. 자꾸 묻고, 조퇴할 때 되면 친구 대여섯 명이 교문 밖에까지 배웅해주고 그러니까 그게 아이가 굉장히 부담이 되는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따뜻한 친구들이 고맙기도 하면서 그런 것이 알려지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러워하고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요. 앞으로 정말 나영이가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님. 지금 다시 한 번이 이런 아동 성폭행 사건에 대한 처벌 문제가 여론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처벌이 더 강화되어야 하겠죠?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 나영 양 아버지 /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그럼요. 강화되어야죠. 이 제도를 철저하게 시행해야만 범죄도 줄고 또 치료도 효과적일 것 같고 그렇습니다. 제발 좀 깊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고요. 온 국민들이 재처벌 하자고 하는 서명까지 하는 입장이, 부모의 마음이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분들의 바람을 조금이나마 보듬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정말 오늘 어려운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2008년 아동성폭행피해자 나영 양 아버지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