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첫날인 14일, 새누리당에서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여당인 만큼 정쟁을 자제하고 민생을 살리는 국정감사가 돼야 한다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원내사령탑인 최경환 원내대표는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4명이 함께 정쟁 중단과 민생 살리기 대국민 선언을 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고 그런 발언들이 되풀이 되고 있을 때 충북 청주 상당 출신 국회의원인 정우택 최고위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정 최고위원은 현안을 얘기하던 도중 "오늘은 제가 조금 충청도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며 운을 떼었다.
◈ "충청권 인구 > 호남권 인구"

정 최고위원은 "지난 8월을 기준으로 충청인구는 525만명을 돌파하여 524만명인 호남권의 인구를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다음 총선과 대선이 열리는 4, 5년 뒤에는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 인구보다 31만명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세종시를 시작으로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충청권이 명실상부한 중심지역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충청권과 호남권의 선거구 수는 충청이 25석 호남이 30석으로 한 두개 차이도 아니고 충청권이 무려 5개나 적다. 이는 표의 등가성과 형평성에 크게 어긋나는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곳곳에서 지역 인구 규모에 맞는 선거구 재획정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이에 관한 정치권의 논의는 거의 없다. 충청권 지역에 세종시가 들어서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만큼 충청권 인구는 더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거구 조정 논의도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최고위원은 이런 점에서 볼 때 충청과 호남의 선거구 조정 문제를 새누리당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선관위 국회 상임위 등을 통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보다 많아졌으니 선거구 개수도 그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충북지사 출신으로 지난 전당대회 때 이른바 충청권 몫으로 지도부에 입성한 인물이다. 지역의 요구사항을 중앙에 전달한 것이지만 문제는 상대가 있다는 점이었다.
◈ "먹고 살기 힘들어 떠난 것… 호남 인구가 더 많아"

잠시 뒤 유수택 최고위원의 발언 차례가 됐다. 전남 영암 출신의 호남 몫 지명직 최고위원이었다. 유 최고위원은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는데 정우택 최고께서 선거구 재편과 국회의원 숫자에 대해 말씀하면서 호남을 말씀 하셨기 때문에 명색이 대표하는 최고위원이라 한 말씀을 안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저도 충청지역 현장 최고위 봤고 지금 말씀하신 정우택 최고의 말씀을 충청지역에서도 들었다. 저도 십분 이해를 한다."면서도 "전라북도, 전라남도는 또 광주까지도 4년마다 선거 있을 때마다 이 군(郡)이 이쪽으로 갔다, 저쪽으로 갔다"며 본격적인 발언을 시작했다.
유 최고위원은 "인구 이동(유출)이 심하고 고령자가 많으니까 출산이 당연히 줄어들고 (이렇다보니) 폐쇄될 학교가 수백 군데이다. 우리 호남 사람이 전국적으로 인구비례로 따지면 경상도 다음에 호남이다. 살기만 호남서 안살 뿐이다."
이어 "그럼 왜 안살겠나? 먹고살기 곤란하고 쌀값은 떨어지고 모든 환경이 살 수가 없으니까 다른 데 가서 벌어먹고 살자, 그러다보니까 고향을 등지게 돼서... 수십년 동안 그런 현상이 진행돼왔다."고 쏘아 붙였다.
유 최고위원은 "물론 선거구 개편, 또 국회의원 정수 조정, 정수야 조정이 되겠나? 지역간 조정이 되지. 그런 것은 저희 호남의 어려움 여러가지 정치적인 상황 이런 것도 고려해서 심층 고려해서 논의를 해주십사하는 걸 말씀 드린다."고 마무리했다.
정리하자면 '호남 인구가 적은 게 아니다. 지역이 낙후돼 먹고 살 수 없어 그 지역에 인구가 적을 뿐이다. 결국 지역간에 조정해서 충청 의석수 늘리고 호남 의석수 줄이자는 건데 호남 민심도 고려해서 잘 결정해달라.'는 얘기였다.
◈ 새누리당 선택은?
남은 건 새누리당의 선택이다. 여당 최고위원회에서 해프닝처럼 끝났지만 이 사안은 당장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폭발력이 큰 사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호남은 어차피 표가 안된다. 반면 충청은 새롭게 잡은 표밭이다. 거기에 인구까지 늘고 있다.
인구가 늘어난 만큼 선거구 재획정을 위한 최소한의 명분은 갖춘 셈이다. 남은 것은 정치적 부담이다. 당장 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다. 이 문제가 향후 권력 구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줄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선택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유수택 최고위원의 말처럼 호남의 인구가 적은 것이지 호남 출신 인구가 적은 것은 아니다. 자칫 충청 몇 석 늘려 얻으려다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참패를 당할 수도 있다. 충청 의석수 늘리고 호남 의석수 줄인다면 호남 민심은 요동칠 게 뻔하다.
아직 선거가 한참 남은 만큼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고민은 벌써 시작되고 있다. 어찌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