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 장기화하면서 사법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올초 연방정부 자동 지출삭감(시퀘스터·sequester)으로 가뜩이나 인력·예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셧다운까지 겹치면서 법원 업무에 큰 차질이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일부 판사는 의회에 노골적인 비난도 쏟아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네브래스카주(州) 연방 지방법원의 리처드 코프 판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이제 의회에 대해 '꺼지라'(go to hell)고 말할 때"라면서 "그게 올바른 일"이라고 말했다.
코프 판사는 그러면서 동료 판사들에게 모든 연방법원의 직원들을 핵심 인력으로 분류해 셧다운 대상에서 제외하는 노력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시퀘스터 등으로 이미 사법부 인력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남아있는 직원 모두를 핵심인력으로 구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이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의회와 논쟁하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사법부의 '분노'는 입법부에 대한 오랜 악감정이 셧다운으로 인해 분출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2년간 2천700여명의 법원 지원인력이 감축되고 시퀘스터 등으로 예산이 계속 줄어들면서 정상적인 사법 절차가 진행되지 않자 의회에 대한 불만이 쌓여왔다는 것이다.
특히 의원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법원의 판결을 비판할 때 판사들을 '사법 시민운동가'들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있던 터에 이번 셧다운을 계기로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최근 하원이 이른바 '분노의 질주'(Fast and Furious) 재판을 서둘러 줄 것을 요구한 데 대해 담당 판사는 "다른 사건들도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원들도 기다려야 한다"며 거부했다.
'분노의 질주' 재판은 과거 미국 수사당국이 무기 밀매 루트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함정 수사를 위해 2천여정의 무기를 멕시코 마약카르텔에 반입시킨 작전과 관련해 법무부가 의회의 자료 요청을 거부하자 공화당이 에릭 홀더 법무장관을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이 판사는 "대다수의 소송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참고 있다"면서 "셧다운의 당사자들인 하원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힐난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판사들은 헌법상 입법·행정·사법부가 독립성을 갖게 돼 있으나 입법부나 행정부와는 달리 사법부는 자체 예산에 대한 권한을 갖지 못하는 데 대해서도 문제 제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