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와 돈'을 주제로 쓴 취재파일 2편입니다.
교육부가 지금껏 집계한 전국 34개 대학의 지난 봄축제 예산만 28억 원입니다. 이 가운데 13억여 원이 섭외비로 들어갔습니다.(민주당 유은혜 의원실 자료) 약 47%를 연예인 섭외비로 썼습니다. 전국 175개 대학이 2010년엔 112억 원을 축제 비용으로 지출했는데, 42%에 달하는 46억 원이 연예인 출연료로 쓰였습니다. 전편에서 말씀드렸듯이 연예인 공연이 있어야만 축제 흥행이 가능하다 보니, 몸값은 천정부지로 뜁니다.
하지만, 연예인 섭외비 등의 명목으로 늘어난 축제 예산의 일부는 다시 총학생회로 흘러들고 있습니다. 연예기획사와 총학생회 가운데서 연예인을 섭외하고 공연을 기획하는 업체들이 계약서를 쓸 때부터 '뒷돈'을 약속하는 겁니다.이 공공연한 비밀은 올해 초 경찰이 수사를 벌여 11명을 입건하면서, 처벌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가을 축제가 끝난 지금은 어떨까요. 여전히 총학생회와 공연기획사의 뒷돈 거래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천정부지로 솟은 연예인 섭외비와 그에 따른 축제 비용 상승, 그리고 근절되지 않는 검은 거래를 취재했습니다.
축제철 검은 거래는 형법상 배임과 배임증재 혐의에 해당합니다. 돈을 받은 총학 간부 등은 손해에 따른 민사상 책임도 질 수 있습니다. 지난 2월엔 축제 개최를 대가로 뒷돈을 주고받은 총학생회장 등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은 수도권 대학 총학생회 간부들에게 최대 수천만 원의 리베이트를 주고 대학 축재 행사대행권을 따낸 혐의로 이벤트 업체 대표 31살 장 모 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500만 원에서 4,000만 원을 받고 축제 진행에 대한 단독 수주를 준 혐의로 서울 용인지역 대학 의장 27살 이 모 씨 등 수도권 지역 전직 총학생회장 등 7명도 함께 입건됐습니다.
당시 이 업체는 리베이트를 주는 방식으로 수도권 30여 개 대학의 축제 진행을 따내 3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번 취재에서도 이런 관행은 여전했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의 한 공연 대행업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7천만 원짜리 축제를 준비 중이라고 한 뒤, 리베이트로 얼마를 줄 수 있느냐고 묻자, 담당 팀장은 "'총학생회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따로 리베이트를 10% 정도 챙겨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흔적이 남지 않도록, 뒷돈 전달 방법을 제시합니다. "통장 송금보다는 제가 직접 만나서 현금으로 드리는 게 제일 좋다"라는 겁니다. 어차피 서류상으론 연예인 섭외비에 다 포함된 금액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안심시켰습니다.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집니다. 한 공연대행사 대표는 "이런저런 총학생회 모두 겪어 봤다"며 기탄없이 뒷돈 얘기를 꺼내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줬습니다. 그는 "총학이 리베이트로 15%는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고 말하면, 15% 떼어 놓고, 저희가 맞춰서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뒷돈으로 뺀 부분은 무대장치나 조명 등 부대 비용을 줄여 보전한다는 겁니다. 뒷돈 관행이 축제 행사를 부실하게 만드는 한 요인인 겁니다.
전국 175개 대학 총학생회가 2010년 교육부에 보고한 축제 비용은 112억 원. 연예인 몸값이 치솟은 올해는 수십억 원은 더 올랐을 겁니다. 일부 총학의 뒷돈 규모가 10~20%라고 가정한다면, 검은 거래의 규모 역시 수십억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뒷돈을 받으면 배임수재, 건네면 배임증재 혐의로 형법상 처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배임을 입증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서울 소재 강력팀 경험이 풍부한 형사는 "뒷돈을 받고도 교묘히 법의 처벌을 피하는 방법이 없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공연대행사가 남길 수익 일부를 총학에 준 것이라고 양쪽이 치밀하게 입을 맞춘 경우엔 법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만연한 뒷돈 거래의 규모에 비해, 검경의 적발 실적은 비교적 미미한 게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