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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TV 뒤집기] 'SBS스페셜'과 착한 소비문화

입력 : 2013.10.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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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풍요로운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과거에 비해 확실히 필요한 물자들은 지구촌 어디서든 생산되어 공급되고 있죠.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것들이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소비를 통해 행복을 느낄 때 누군가는 불행해질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SBS스페셜> 슬픈 장미 편은 물에 대해 다루면서 이 과거와는 달라진 소비문화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누군가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꽃, 장미가 누군가에게는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는 화두로 시작했죠.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고 하면 누구나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풍광을 떠올리고 장미라고 하면 사랑을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과연 현실도 그럴까요. 이처럼 사물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소비의 또 다른 측면이 보이기 마련이죠.

장미 한 송이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생명들이 다치거나 죽어나간다면 그 장미가 가진 사랑의 의미는 퇴색되고 말겁니다. 이처럼 우리가 먹고 소비하는 것들 속에는 우리가 미처 모르고 지나치는 생산의 부조리들이 숨겨져 있다는 거죠.

우리에게 맥주 한 병의 의미는 갈증을 풀어주는 음료에 불과할 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목마름의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이런 생산의 이면들이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죠.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렇게 절실한 물 문제가 맥주 한 병에도 담겨 있다는 걸 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달리 생각하게 될 겁니다. 리조트의 수영장이 주는 이국적인 즐거움도 원주민들의 삶이 그로 인해 피폐해지고 있다는 걸 안다면 단지 즐거울 수만은 없는 일이겠죠.

<SBS스페셜>이 보여주는 것처럼 과거에는 그저 지나쳐버렸던 소비의 이면들이 점점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좀 더 합리적인 소비문화에 대한 욕구도 그 어느 때보다 커져가고 있죠. 이것은 단지 장미나 맥주, 호화 리조트와 물의 관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상품들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아픈 이야기가 있을 수 있는 것이죠.

과거의 소비라고 하면 그저 싼 가격에 되도록 좋은 물건을 사는 것 정도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머물러 있었죠. 이것은 생산자 중심의 소비문화를 우리가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시대의 산물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가 오히려 생산을 이끌어내는 소비자 중심의 소비문화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죠. 단지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행복이 나의 행복과 연관되어 있다는 전 지구촌적인 사고방식이 새로운 소비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른바 공정무역이라고 부르는 착한 소비문화가 소비자들의 새로운 선택 기준으로 점점 자리하고 있죠. <SBS스페셜> 슬픈 장미 편은 물 문제를 다루면서 동시에 우리가 누리는 소비의 이면을 보게 해주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소비에 있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 한 잔, 아이들이 달콤하게 즐기는 초콜릿 한 개에도 지구촌 모두의 행복을 같이 살피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