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10월이다. 가을 하늘은 푸르고 높기도 하건만 미국 시민들 어깨는 축 처졌다. 다운 또 다운이다.
10월 1일 0시 카운트다운(countdown)과 함께 연방 정부는 문을 닫았다. 셧다운(shutdown)이다. 국가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건 아니다. 전장의 병사들은 총을 내려놓지 않았다. 필수(essential) 요원들이다. 비필수 요원 - 없어도 된다는 뜻이니 기분 좋을 리 없다 - 들은 집에 틀어박혀 있거나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연방 공무원 80만 명이다.
출퇴근 때 틀어놓는 라디오 방송은 소름 돋을 시그널 뮤직과 함께 매시간 “셧다운 브레이크다운(breakdown)”을 외쳐댄다. 정부 폐쇄 상황을 분석하는 코너다. 'No touchdowns during shutdown' - '정부폐쇄 기간 사관학교의 미식축구 경기는 없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방부는 슬그머니 육해공 생도들의 리그 출전을 허가했다.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지 (let down) 않기 위해서다.

셧다운 첫날 냉랭한 지국 사무실에서 밤을 꼬박 새며 상황을 지켜보다 이틀째 캐피톨 힐 언덕 위 의회 취재에 나섰다. 분위기는 바짝 메말라 있다. 오후 2시 같은 시간 하원 앞에서 민주, 공화 양당 지도부가 카메라 앞에 섰다. 의사당 사이 180도 반대 방향에서 따로따로였다. 민주당은 낸시 펠로시, 공화당은 에릭 캔터였다.
의원들은 서로 눈을 부라리며 (stare down) 물러설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겉으로는 셧다운 대결(shutdown showdown), 속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건강보험 개혁 - 이른바 오바마케어(Obamacare)를 살리자, 죽이자는 대결이다.
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멀찌감치 앉아 정치인들 말에 귀를 귀울인다. 피켓엔 이렇게 적혀 있다. 'TIRED OF BEING A PAWN IN YOUR GAME' - 공무원, 국민을 졸(卒)로 보지 말라는 뜻이다. 펄로(furlough) - 임시 해고 또는 강제 무급휴가 - 상태인 공군 소속 공무원이다. 계단 아래 의사당 정면 쪽에서도 공무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친다. 하루빨리 일터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다.
다음날 셧다운의 파장을 살펴보고자 시내 외곽으로 나섰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경찰차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달린다. 저 멀리 의회 방향으로 경찰차들이 집결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사건이었다. SBS 워싱턴 지국에 도착하자마자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경찰과 검정색 승용차의 추격전. 운전자는 백악관 외곽 검문소의 바리케이드를 뚫고 무단 진입하려 했고, 경찰의 제지를 당하자 운전대를 틀어 의사당 쪽으로 질주했다.
백악관과 의회를 잇는 대로인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는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백악관 경호팀(Secret Service)과 DC 경찰은 총을 쏘며 추격했다. 추격전은 10분 남짓 만에 비참하게 끝났다. 34살의 흑인 여성은 의사당 하트 빌딩 부근에서 의회 경찰관이 쏜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뒷자리에는 18개월 된 아기가 함께 타고 있다가 경찰의 손에 '구조'됐다. 여성은 산후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사건 초기 '총격전'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여성은 비무장 상태였다. 꼭 총을 쓸 수밖에 없었을까? 미국 언론들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락다운(lockdown)!" 추격과 총격에 놀라 의사당에 내린 조치다. 문을 걸어 잠그고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명령이다. 총성이 울릴 때 의사당 안에서는 상, 하원 의원들이 정부 폐쇄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놓고 대결을 이어가고 있었다.
총격 상황이 종료되자 양당 의원들은 긴장을 늦추고 한목소리로 경찰을 칭송했다. 셧다운으로 월급도 받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을... (나중에 준다고 하니 ‘외상’ 근무다)
타매체보다 빠르게 1보를 전하고, 오전 5시, 6시, 7시 뉴스, 낮 뉴스까지 새로운 팩트를 확인해 뉴스를 전달했다. 시간을 쪼개가며 내셔널프레스빌딩을 들락날락 들락날락..숨 돌릴 겨를이 없었다.

총격 사건의 발단이 된 백악관 외곽 검문소 앞에 섰다. 오래지 않아 어둠이 깔렸다. 멀리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끝 의사당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이 흐릿하다. 셧다운에 총격 (gun down) 사건까지 겹치면서 워싱턴은 스산하고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다운 또 다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