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대치 정국을 사흘째 이어가는 미국의 여야가 '디폴트 위기론'을 두고는 상대적으로 조심스럽고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17일까지 협상을 거쳐 국가 채무한도(현재 16조7천억달러)를 올리지 못하면 국고가 거덜나 나라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는 메가톤급 악재를 맞는다. 공원 관리 등 일부 정부 기능이 중단되는 수준의 셧다운과는 비교할 수 없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에 맞서 극한의 치킨게임을 피하지 않고 있는 공화당 내에서 디폴트를 두고는 타협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디폴트의 파장은 상상 이상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디폴트로 달러화 가치가 폭락하고 미국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기업이 대거 도산하면서 실업자가 늘고 대출이 몽땅 묶여 가계가 막대한 고통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분석가 제러미 워너 텔레그래프지 부편집장도 최근 칼럼에서 "디폴트는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 브라더스 도산 사태의 천 제곱에 달하는 여파를 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미 여야에 증액협상 무산 카드는 '핵 공격 버튼'과 같다고 그는 경고했다. 결국 여야 모두 '경제난의 원흉'으로 몰려 공멸할 수 있는 만큼 타협의 경로를 찾아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자연스러운 이유다.
공화당 지도부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디폴트 방지를 위해 공화·민주 양당의 표결로 문제를 풀 생각이 있다고 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당 내부에서 베이너 의장이 디폴트를 막는 데 필요한 어떤 조치라도 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전언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평행선을 달리는 두 당이 이른 시일내 머리를 맞대고 타협하는 길로 들어설지는 속단하기 힘들다.
공화당의 보수강경 그룹인 '티파티'의 반(反)오바마 주장이 여전히 크게 보이는 것도 낙관론을 쉽사리 허용하기 힘든 배경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도 강경 모드다. 오바마케어 무력화 공세를 끝내고 무조건 셧다운 해결과 디폴트 방지에 협력하라고 강도높게 공화당을 압박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보도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디폴트 직전까지 사태를 끌고 가 공화당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도박을 벌인다"고 비판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디폴트가 벌어지면 공화당 책임론을 부각해 현재 야당이 장악한 하원을 통제하려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미 백악관은 미 의회가 채무 한도 증액에 실패한다 해도 헌법상 대통령이 경제난을 막는 독자 조치를 할 수 없다고 3일 언론 브리핑에서 밝혔다.
대통령은 정해진 국가 채무 한도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디폴트를 막을 권한은 순전히 의회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빨리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공화당을 압박하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