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논설위원칼럼] '막장 드라마'…그 끝은 어디인가?

양철훈 기자

입력 : 2013.10.01 18:05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이 요지경 속이다.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다 보니 국민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막장 드라마’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한 일이 하루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사실 ‘막장’이라는 단어는 탄광이나 금광의 갱도가 끝나는 지점을 말한다. 갱도의 막다른 곳을 일컫는 말로 ‘갈 데까지 간’ 상황을 비유한 표현이다. 60~70년대 탄광 노동자들의 고된 삶이 ‘막장 같은 인생’으로 비유되고, TV 드라마가 인기를 끈 이후에는 현실적이지 않은 출생의 비밀과 불륜 등이 ‘막장 인생 같다’고 해서 ‘막장 드라마’로 지칭되어 왔다. 이 때문에 탄광 노조에서 ‘막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한 일도 있었다. 탄광 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탄광_500
하지만 요즘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막장 드라마’를 능가한다. 인터넷과 SNS까지 가세하다 보니 때로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마저 모호하다. 지난달 인천에서 벌어진 모자 살해 사건은 잔혹한 영화보다 더 패륜적이다. 재산을 노려 어머니를 살해하고 형을 토막 살해한 뒤 태연하게 시신을 유기하고 범행을 은폐한 범인의 태도를 보면 ‘막장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패륜과 막장의 드라마는 경찰 통계에서도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지난달 29일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발생한 존속 살해 범죄 건수는 287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패륜 범죄가 발생한 셈이다.

그야말로 막장 같은 이런 패륜 범죄와는 또 다른 유형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관련된 ‘믿을 수 없는 드라마’가 아닌 가 싶다.

현 정부 초기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청와대 윤 창중 비서관의 미국 출장 중 벌어진 추태도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막장 드라마’에 가깝다. 대통령을 수행중인 청와대 비서관이 인턴 여대생을 추행하고 야반도주 하듯 귀국한 사건은 온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드라마에서 이런 소재를 다뤘다면 말도 안 된다며 비판 받을 얘기였다.

이런 가운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관련된 '혼외자식 논란'은 극적인 드라마의 모든 요건을 다 갖춘 듯하다. 다만 이 시점에서는 논란과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무엇이 진실인지, 아직은 명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점을 먼저 밝혀두고 싶다.
채동욱
하지만 추상같은 존재인 검찰총장이 혼외자녀를 두고 있었다는 주장, 거기에 조연으로 등장하는 혼외자녀의 이모라는 여인과 가사도우미였던 또 다른 여인의 서로 다른 주장과 인터뷰를 보고 있노라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드라마인지 헷갈리는 정도를 넘어서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채 전 총장이 ‘애 아빠의 자격으로 수시로 임모 여인의 집을 드나들었는지’, ‘잠옷 차림으로 셋이서 침대에서 사진을 찍었는지’, ‘연하장의 필체가 동일인의 것인지’도 아직은 진실을 알 수가 없다.

양철훈 논설위원 대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내용만 놓고 보더라도 ‘극적인 드라마’의 요건은 두루 갖춘 것 같다. 비리를 수사하는 최고의 공직인 검찰총장, 그의 혼외자녀 논란, 주변 인물들의 오락가락 인터뷰와 언론의 선정적 보도, 현실 속의 이 상황이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특히 국민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한 개인의 사생활 문제를 넘어 진실을 밝혀야 하는 국가기관들이 서로 관여돼 있기 때문이다. 채 전 총장의 입장에서도 모호한 얘기만 반복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임모 여인의 소재를 한 달 가까이 찾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막장 드라마’가 될지, 극적인 ‘반전 드라마’가 될 지 국민들은 진짜로 궁금하다. 어둠 속의 드라마가 베일을 벗고 진실의 모습을 하루 빨리 드러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