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동영상 보셨죠.
[클릭] 요즘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가수 ‘스트로마에’의 노래 <PAPAOUTAI>(아빠 어딨어?)를 패러디한 <EMPLOIOUTAI>(일자리 어딨어?) 입니다. 어깨가 들썩이는 흥겨운 리듬이지만 내용은 결코 즐겁지 않습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신문을 펴 들고 있는데 1면 제목은 ‘실업 고공행진’입니다. 올랑드 대통령이 노래를 부르고, 총리 등 각료들이 출연합니다. 가사는 이렇습니다. “어디 있는지 말해줘. 왜냐하면 난 못 찾겠어. 비정규직 자리도 더 이상 없어. 당신은 쓸모 없는 학위를 했어. 이력서를 던져 버려. 일자리를 찾느라 고생하지 마, 당신들은 6백만 실업자이니까. 오 신이시여, 일자리가 어디에 있을까요? 나쁜 일자리도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소. 빌어먹을 일자리, 어디에 숨겼는지 말해줘요. 적어도 10년은 됐을 거야, 우리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지. (후렴)너 어딨니? 일자리는 어디에? 성장은 어디에? 용기는 어디에?”
프랑스의 현재 경제 상황, 그리고 올랑드 대통령을 상당히 비꼬고 있습니다. 경제 성적표의 기본은 실업률입니다. 프랑스의 공식 실업률은 11%입니다. 공식 실업자는 3백만명 입니다. 그런데 프랑스 취업청 또는 고용센터에 일자리를 달라고 등록한 사람이 550만명쯤 됩니다. 패러디에 등장한 6백만 실업자도 이런 기준에서 나왔습니다.
올랑드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실패한데다 최근에는 증세와 시리아 문제로 인기가 또 떨어졌습니다. 최근 발표된 대통령 지지도는 23%입니다. 3개월 사이에 5% 포인트나 급락했습니다. 취임 1년 반 만에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나라에 돈이 없다 보니 증세를 추진 중인데, 경제난에 세금을 더 내라는 요구를 반길 사람은 없을 겁니다. 또 화학무기를 사용해 민간인을 학살한 시리아 정권을 응징해야 한다는 주장도 프랑스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사태 초기에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올랑드 대통령의 인기가 반등했습니다. 우유부단해 보이더니 강단 있다는 인상을 준 겁니다. 하지만, 영국을 필두로 선진 각국이 하나 둘 대화로 돌아서는데 끝까지 무력 응징을 고집하면서 발을 뺄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인기가 추락하고 있는 올랑드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웃나라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3선 연임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그리 달갑지는 않을 겁니다. 프랑스의 한 정치 평론가는 메르켈과 올랑드를 비교하는 것은 올랑드에게는 “잔인하다”고 까지 했습니다. 메르켈의 총선 승리 이후 프랑스 언론은 “메르켈은 독일에서는 총리이지만 유럽에서는 대장”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유럽 통합의 양대 축이며 독일과 늘 경쟁해온 프랑스이지만, 메르켈 개인 역량이든 독일의 힘이든 아무튼 독일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어져 가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를 의식한 듯 프랑스 대통령궁은 “메르켈의 승리는 놀랄 일도 아니며 문제도 아니다. 유럽 통합을 향한 양국 관계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그동안 유럽 재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수 차례 독일과 협상을 했지만 긴축에 무게를 둔 독일의 대 유럽 정책을 성장 쪽으로 돌려 세우지 못했습니다. 올랑드가 곳간 열쇠를 쥔 독일의 주인장 메르켈을 설득하지 못한 겁니다. 프랑스 경제가 살아나 유럽 다른 나라에 ‘곳간 인심’을 쓸 만큼 여유로워지지 않는 한 프랑스는 상당기간 독일에 끌려갈 공산이 커 보입니다. 힘의 균형이 잡히지 않을 때 어떤 비극이 잉태될지 그 누구도 모릅니다. 태풍 전야가 고요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