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각한 별들] 미 태평양 공군 사령관인 칼라일 대장이 아태 지역 안보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맨 왼쪽이 웰시 공군참모총장, 왼쪽에서 4번째가 전투사령관인 하스티지 대장, 맨 오른쪽 턱을 괴고 있는 이는 지구타격사령관인 코왈스키 중장이다.
세계 최강 미국 공군은 지금 (1)
워싱턴의 해군 시설인 네이비 야드에서 총성이 울린 날, 남쪽으로 10km 떨어진 포토맥 강가의 내셔널 하버에서는 축하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미 공군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공군의 과거를 회고하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토론의 장이기도 했다. 미 공군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마크 웰시 (Mark A. Welsh III) 공군 참모총장, 마이클 하스티지 (Michael Hostage) 공군 전투사령관, 허버트 칼라일 (Herbert J. "Hawk" Carlisle) 태평양 공군 사령관 등 쟁쟁한 4성 장군들이다.
분위기는 암울했다. 시퀘스터라는 예산 삭감의 압박 때문이다. 세계 최강의 공군 전력이라도 썩은 살은 도려내고 근육을 키우며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 5년간 항공기 550대를 쳐내야 한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켜야 하나? 웰시 공군 참모총장은 반드시 지켜내야 할 최우선 순위의 무기 체계 3가지를 제시했다. 공중급유기인 KC-46 탱커, F-35 전투기, 그리고 차세대 장거리 타격 전폭기였다. 웰시 총장은 이 기간 열린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도 이를 재확인했다.
5세대 뜨고 4세대 지고
왜 F-35인가?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 라이트닝II에 대한 미 공군의 애착은 공군 전투사령관인 하스티지 대장의 설명을 통해 드러났다. 현재 미 공군의 주력이라 할 F-15와 F-16 계열은 4세대 전투기다. 처음 도입할 땐 각광받는 ‘차세대’ 전투기였지만, 이젠 구형이다.
4세대 전투기는 원래의 설계 수명을 이미 넘겼고, 앞으로 현대화 과정에서도 자금이 부족하거나 성능 개선 계획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며 겁을 줬다. F-15 계열 중에서도 구형을 염두에 둔 것이겠지만, 4세대 전투기로 세계 최강의 공군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잠재 적국들이 능력을 키워 나가는 상황에서, 미 공군도 5세대 전력을 전장에 투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요체는 스텔스, 그것도 중국과 러시아의 차세대 전력이다. 앞으로 세계 50개국 이상이 중국의 젠 같은 첨단 전투기를 도입할 거라는 게 미 공군의 진단이다.
“전장에서 4세대 전투기가 5세대 전투기를 만나면 비용 면에선 더 효율적(cost-efficient)이겠지요. 하지만, 전투에 돌입했는지조차 모른 채 이미 죽은 신세입니다.”
하스티지 사령관은 지난 7월 월시 참모총장이 한 말을 전하며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비용은 절감하겠지만 죽습니다. (It will be more cost-efficient, but it will be dead.)"
미 공군이 F-35를 1,763대 구매하도록 돼 있다면서, 이는 사치가 아니라고 말했다. 또 다른 5세대 공대공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데도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면 F-15는 고철 덩어리 신세란 말인가? F-15 계열 전투기들은 이미 미 공군의 감축 목록에 올라 있다. 구형 F-15 전력을 도태시켜 그 비용으로 스텔스 전투기와 장거리 타격 폭격기 LRS-B같은 미래 전력에 투자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F-15C 전투기들을 완전히 빼 버리면 전투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아직까지는 일부 전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논란의 대상은 F-15 계열에서도 구형으로, 우리 공군의 주력인 F-15E 계열의 F-15K, 특히 차세대 전력 후보인 F-15SE와 같은 급은 아니다.
태평양 공군 수장의 생각은?
‘별들의 향연’인 4성 장군 포럼이 끝난 뒤 미 태평양 공군 사령관인 칼라일 (Herbert J. "Hawk" Carlisle) 대장과 따로 만났다. SBS 취재진과 단독 인터뷰였다. 한국 정부와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선정 과정과 논란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F-15와 F-35 두 기종을 놓고 물었다. (유로파이터도 후보군에 들어 있지만 미군 사령관에게 굳이 묻지는 않았다.)
“둘 다 훌륭한 전투기입니다. 하나는 스텔스 성능(stealth quality)의 5세대이고, 다른 하나는 대단한 능력을 갖춘 (incredibly capable) 4세대 후기 모델이죠.”
칼리슬 대장은 자신도 F-15 조종사라면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전투기 중 하나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F-15SE 정도면 “괜찮다(right one)”는 평가였다.
“한국 정부와 군이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잘 살펴볼 것으로 확신합니다.”
물론 한국의 차기 전투기로 F-15 쪽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던 때라 어느 정도 깎아들어야겠지만, 아태 지역 공군 전력 운용을 주도하는 태평양 사령관으로서 볼 때 F-15SE 정도면 한국 공군에 그럭저럭 괜찮다는 평가인 셈이다.
▲ 칼라일 미 태평양 공군 사령관이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주 내셔널 하버에서 SBS 취재진의 단독 인터뷰에 응한 뒤 잠시 포즈를 취했다.
맞는 말이다. 대한민국 공군의 임무를 대북 억지에 국한한다면 F-15SE가 아니라 현 주력인 F-15K도 훌륭한 전투기이다. F-15는 육중한 몸체에도 속도가 빠르고 무기 탑재 능력이 좋다. 그러나, F-35 개발에 참여한 일본, 스텔스 능력 확보에 사활을 건 중국 등 한반도 지평 너머 아태 지역의 전략 균형을 볼 때, 많은 국민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데 최고급 승용차를 몰 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미 합중국 공군의 미래 전력은 ‘하이엔드(high-end)’ 아니 ‘톱엔드(top-end)’로 가야 한다면서도 대한민국 공군의 미래 전력은 ‘차세대’가 아닌 ‘현세대’로 족하다는 조언은 아무리 곱씹어도 씁쓸하게만 들릴 뿐이다. 워싱턴에서 미 태평양 공군의 수장을 단독 인터뷰했다는 흥분도 포토맥 강변에 몰아치는 찬바람에 금세 식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