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독일 총리가 3선에 성공했습니다. 그것도 집권 여당(기민-기사당)이 41.5%, 23년 만에 최고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비록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이 4.8% 득표에 그쳐 보수 연합이 과반수를 획득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메르켈 총리가 대승을 거뒀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번 승리로 이미 8년간 집권한 메르켈 총리는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4년, 총 12년 집권이 보장됐습니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등장해 이제는 유럽 최고의 권력자가 된 것입니다. 유럽의 언론들은 메르켈 총리를 이제 유로 총리(Euro-Chancellor)라고도 부르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는 심지어 '황제의 권력을 가진' 이라고 까지 표현했습니다.
메르켈이 주목받는 이유는 앞으로 유럽연합의 행보가 직접적으로 그녀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들여다 보기 위해서는 93년 유럽연합의 출범 때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12개국으로 시작된 유럽연합은 당시 압도적인 독일의 경제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독일 마르크화는 유럽에서는 달러 못지 않은 위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나된 유럽'을 기치로 유럽연합이 출범했지만 그 과정에서 갈등이 없을 수 없었습니다. 유럽연합의 주요 기구를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는 데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가 있고, 의회 격인 EU 의회가 있습니다. 또 은행 격인 유럽은행(ECB)가 또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유치 경쟁 끝에 타협이 이뤄졌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유럽의 수도라고 하는 벨기에 브뤼셀로, EU 의회는 유럽연합의 두 축의 하나인 프랑스가 가져가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금융의 핵인 ECB는 결국 유럽연합의 다른 축인 독일이 가져가 프랑크푸르트에 두었습니다. 결국 마르크화의 위력이 이후 유럽 연합의 경제를 좌우하게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극적으로 표현된 게 유럽 금융위기 당시입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등에 금융 지원을 할 때 다른 나라들은 독일의 눈치만 봤습니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독일 유권자들의 세금을 다른 나라에 마구 퍼 줄 수는 없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했습니다. 자구 노력이 없이는 금융지원을 해 줄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그 결과는 해당 국민들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도 독일은 유로존 17개국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유로본드의 발행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등은 유로본드가 발행되면 좀 더 싼 이율로 돈을 빌릴 수 있을 텐데 독일의 반대로 무산되자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메르켈 총리의 지론은 유럽 통합은 지속돼야 하며 더 발전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일 내에서도 유럽연합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있었지만 이를 일축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반유로화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은 4.7% 득표에 그쳐 원내 진출을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메르켈 총리의 정책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독일 총선 결과는 그래서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 공포로 다가올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들이 여태 까지 해 왔던 자구 노력을 더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리스 경우는 3차 금융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 이전 두 차례에 걸쳐 받았던 3,240억$ 보다는 훨씬 적은 돈이지만 추가로 149억$를 지원받아야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물론 독일은 이 지원에 앞서서도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이들 나라가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스가 28%, 스페인이 26%, 포르투갈이 16%, 이탈리아가 12%에 이르는 실업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실업률이 완화될 가능성도 당분간 보이지 않습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메르켈의 3선이 거의 '재앙' 수준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사실상 유럽의 지도자가 된 메르켈이 첫 도전을 받게 되는 게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입니다. 각국에서 유로화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심지어 유럽연합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극우 정당들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런 점들이 표출되는 게 아닌가 유럽에서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과연 메르켈이 3선 총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금 까지 보여 주었던 독일 총리로서의 역할만 고집을 할 지, 아니면 유로 총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