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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또 '정부 폐쇄'? 美 정치권 끝없는 대치

신동욱 기자

입력 : 2013.09.24 10:02


워싱턴 정가를 취재하면서 자주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정부 폐쇄(Government Shut-down)’입니다. 1월부터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우리와 달리 미국은 10월부터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합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도 올해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의 나라 살림을 짜서 의회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10월부터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니까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의회가 승인을 해 줘야 돈을 쓸 수가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예산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정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문을 닫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달 말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미 연방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국가안보와 국유재산 보호 같은 정말로 필요한 일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돈을 쓸 수 없게 됩니다. 즉 정말로 큰 일 나는 일이 아니면 돈을 쓸 수 없으니 정부가 문을 닫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당장 80만명에 달하는 연방 공무원에 대한 급여를 줄 수가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공무원들은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워싱턴 DC에 있는 동물원에서 최근 새로 태어난 새끼 판다에게 먹이를 줄 수는 있지만 동물원 관람은 중단 될 수도 있습니다. 해외 파병 군인들에 대한 월급 지급이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를 두고 백악관은 정부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며 의회를 압박하는 것입니다.

최근의 경우는 지난 1995년 클린턴 행정부 당시 하원을 장악하고 있던 공화당과의 기싸움으로 연방정부가 일시 폐쇄상태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또 그러는 것일까요? 발단은 미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야당)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 케어)’ 관련 예산을 통째로 들어내 버린 것입니다. 건강보험 개혁을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오바마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리가 있겠습니까? 즉각 수용불가를 선언했고 더 나아가 각 정부 부처에 ‘정부 폐쇄’ 준비에 들어가라고 지시를 한 것입니다.

이 상황을 두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금 워싱턴은 운전자 없는 차가 가드레일 없는 도로를 달리는 느낌이다.”라고 표현했습니다. 현재 공화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한 잠정예산안(‘오바마 케어’가 빠진 예산안)은 상원으로 넘어가 있습니다. 상원은 여당인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잠정예산안을 다시 하원으로 돌려보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정부 폐쇄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불과 일주일 남짓인데 이렇게 상,하원이 핑퐁게임을 하다 보면 결국 우려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현재 미국내 조사를 보면 오바마케어를 ‘사산’시키기 위해 정부 문을 닫는데는 부정적인 여론이 더 많습니다. 정부 폐쇄 사태가 온다면 백악관과 여당인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클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정치의 달인 오바마 대통령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 강경 드라이브로 나오는 지도 모릅니다. 이런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대치가 지금 그야말로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누가 먼저 기수를 돌릴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극적으로 이 위기를 넘긴다고 하더라도 국가 부채 조정 협상이라는 또 하나의 숙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달 중순까지 16조7천억달러에 달하는 국가채무한도를 상향 조정하는데 실패하면 미국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