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에서 손을 말려주는 ‘손 건조기’, 다들 한 번쯤 써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휴지를 쓰지 않아 친환경적인 데다, 화장실 습기를 머금은 휴지보다 더 깨끗할 거 같아 인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손 건조기’가 손 위생을 지켜주기는커녕 오히려 손에 세균을 퍼트리는 주범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사실, 저도 처음 제보를 받고는 긴가민가했습니다. ‘손 건조기가 더럽다면 얼마나 더럽다'고, 제보자가 너무 깔끔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마저 했습니다. 하지만, 공중화장실을 몇 곳을 직접 다녀오고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불을 켜고 카메라로 기기 안을 들여다보자, 손 건조기는 여지까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기계 안 깊숙한 곳에 들어가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는 희뿌연 먼지 덩어리, 송풍구 사이사이에 눌어붙어 있는 새까만 때, 언제 청소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색이 바래버린 덮개. 이런 기계 아래서 손을 말렸다는 생각을 하니 속이 불편해지기까지 했습니다.
대중교통시설의 손 건조기, 위생에 가장 취약
손 건조기 판매관리업자, 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공중화장실의 손 건조기를 직접 찾아다녀 봤습니다. 대중교통시설, 대형쇼핑몰, 대학병원, 학교, 관공서 등을 돌아다니며 손 건조기의 위생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그중에서 손 건조기의 위생상태가 가장 열악한 곳은 바로 역과 버스터미널 같은 대중교통시설이었습니다. (참고로 대학병원의 손 건조기 위생상태가 가장 양호했고, 쇼핑몰, 학교, 관공서 등의 순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대중교통시설이 손 건조기는 기본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시민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역의 경우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최대 40만 명에 이른다. 그리고 대중교통시설은 특정 집단만 이용하는 병원, 관공서 등과는 달리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이 다 모여 이용한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오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화장실 변기보다 더러운 ‘대중교통시설 손 건조기’
그럼, 대중교통시설에 설치된 손 건조기의 위생상태는 어떨까요? 서울과 수원, 평택, 대전, 대구 등 전국 10곳에 설치된 대중교통시설 손 건조기를 점검해봤습니다. 대상은 기차역과 고속버스터미널, 고속도로 휴게소, KTX 기차 등 시민이 자주 이용하는 대중교통시설로 정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손 건조기의 오염도와 병원성 미생물 검출 여부를 조사해봤습니다.
먼저, 간이 세균측정기를 이용해 손 건조기 송풍구의 오염도를 측정해 봤습니다. 최저 2,000에서 최고 4,500 RLU까지 나왔습니다. 서울역 공중화장실 변기 5곳의 평균 오염도가 1,500 RLU인 것을 고려하면, 저희 취재진이 측정한 손 건조기 10개 모두 공중화장실 변기보다 오염이 더 심각했습니다. <※ RLU(Relative Light Unit)는 오염도를 측정할 때 쓰는 단위 중 하나로, 물체에 묻은 유기화합물의 농도를 측정하게 됩니다. 수치가 클수록 오염도가 높다고 판단합니다.>
이번엔 병원성 세균은 없는지를 조사해봤습니다. 일주일의 배양기간을 거쳐 미생물 검사를 한 결과, 10곳 가운데 3곳에서 식중독이나 폐렴 등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습니다.
‘손 건조기’는 화장실 내부 공기를 빨아들였다가 다시 내뿜는 구조로 돼 있다 보니, 기본적으로 화장실의 비위생적인 공기가 건조기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 제때 청소를 해주지 않으면 오염 물질이 건조기 안에 남게 되고, 건조기를 사용할 때 이 오염 물질이 다시 밖으로 뿜어져 나와 손에 고스란히 묻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주일가량 취재하는 동안 청부담당자가 손 건조기를 제대로 청소하는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또, ‘손 건조기 청소’는 화장실 위생점검 항목에 포함하지 않은 경우도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느 기차역에서는 역무원이 청소는 전혀 하지 않고, 시간에 맞춰 화장실 위생 점검표에 ‘청소를 마쳤다’는 표시만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동안 우리는 깨끗하게 씻은 손을 다시 세균이 나오는 곳에 밀어 넣고 있었던 셈입니다.
‘손 건조기’는 손 위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취재과정에서 흥미로운 연구 자료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평가받는 미국 메이요 병원(MAYO CLINIC)에서, 지난 1970년부터 최근까지 이뤄진 ‘손 건조기 위생에 관한 연구’를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손을 씻고 종이로 손을 닦는 것과 건조기로 손을 말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위생적인가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연구진은 종이로 손을 닦는 게 손 건조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생적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손 건조기와 관련된 대부분의 연구에서 종이는 손을 더 효율적으로 말려주고, 병원성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며, 화장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Most studies suggest that paper towel can dry hands efficiently, remove bacteria effectively, and cause less contamination of the washroom environment. )
세균 번식을 막는 핵심조건은 ‘손의 건조 상태’
연구진이 가장 중요하게 들여다본 부분은 바로 ‘손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말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병원균은 축축하고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잘 번식하기 때문에, 세균번식을 막기 위해선 손에서 될 수 있는 대로 수분을 일찍 제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구진들은 성인남녀 4백여 명을 대상으로, 휴지로 손을 닦을 때와 건조기로 손을 말렸을 때 손의 수분변화를 측정해봤습니다. 그 결과, 종이로 손을 10초가량 닦자 손에 묻은 수분은 4%로 감소했습니다. 또, 15초 동안 닦았을 땐 1% 이하로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건조기는 상대적으로 손을 말리는 시간이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45초 동안 손을 말려야 손의 수분이 3%로 떨어졌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손 건조기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남녀 모두 평균 13~15초가량만 손 건조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손 건조기를 이용하면 손의 수분은 평균적으로 약 60% 정도만 제거된다고 밝혔습니다. (건조기 이용시간에 따라 남자는 55%, 여자는 68% 제거) 반면, 휴지를 이용했을 땐 남녀 모두 손의 수분이 90% 이상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이처럼 ‘손 건조기’ 자체도 수분제거 효과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건조기 청소상태마저 좋지 않으면 우리는 이중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청소하는 저부터 병에 걸렸겠죠!”
취재과정에서 만난 어느 화장실 청소담당자는 제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이거 먼지 좀 있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화장실 청소만 7년 넘게 했는데, 문제가 있었으면 당장 저부터 병에 걸렸겠죠.”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우리도 모르게 손을 코나 입 주변에 자주 가져가기 때문에 오염된 손 건조기를 이용하면 언제든지 병원성 세균에 오염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지난 1986년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한 우주선 챌린저호는 지름 0.28인치의 ‘오링 O-ring'이라는 작은 부품 하나의 결함이 사고 원인이었습니다. 또, 2003년 1월 지구로 귀환 도중 폭발한 컬럼비아호 역시, 왼쪽 날개에 작은 파편을 맞은 충격 때문에 폭발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처럼 치명적인 문제들은 대개 간단한 결함에서 시작합니다. 송나라 유학자 구양수도 “사람은 큰 돌에 걸려 넘어지는 법이 없으며, 무심코 봤던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라고 했습니다(화환상적어홀미-禍患常積於忽微). 바로 이것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수십 년 전부터 ‘손 건조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관련 기관과 부서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를 촉구합니다.
** 취재과정에서 박장환 교수(한양대 의생명공학전문대학원), 정규식 교수(경북대 수의과대학), 서울대보라매병원, Susan Stack(MAYO CLINIC)의 자문과 연구 자료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