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활기를 띠어야 할 수산물 시장이 썰렁하다고 한다. 백화점 선물 코너에서 명절이면 인기 상종가이던 굴비와 갈치 등 수산물 세트도 이번 추석에는 찬밥 신세라고 한다. 횟집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빚어진 방사능 공포가 이제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방사능 공포로 인해 국민들의 식탁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미흡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사실, 일본의 방사능 공포로 인한 식탁 불안은 충분히 예견된 사안이다. 2011년 3월, 일본을 덮친 대지진과 쓰나미, 그로 인한 원전 폭발은 당시 상황을 지켜본 사람들에게 방사능에 대한 엄청난 공포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웃해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훨씬 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대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어쩌면 2년 6개월 동안 쌓인 불신과 불만이 이번에 터져 나왔는지도 모른다.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더욱 우울하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에서 하루에 300톤의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아직 건물 지하에 저장돼 있는 고농도 오염수만 해도 7만 5천톤이라고 한다. 세슘137의 반감기가 30년이라고 하니, 이 재앙이 언제 끝날지 걱정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너무 안이하다. 지난 9월11일,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은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해 “과학적 관점에서 얘기한다면 현재로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학적 관점’이라는 말도 어색하고 ‘현재로서는 문제가 없다’는 말도 국민들 입장에서는 어색하기 짝이 없다.
방사능은 적은 양이라도 인체에 들어온다면 좋을 게 없다는 것은 과학을 넘어 상식이다.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태평양 바다로 흐르다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기대어 살고 있는 바다 생태계 전반이 두고두고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너나 할 것 없이 국민이 불안해하는 데 과학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정책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가 아니다.
실제로 시중에서는 정부의 대책과 일본에서 수입된 생선을 믿지 못하겠다며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일부 횟집에서는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방사능 측정기 시연을 해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장사가 안된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 싼 것은 40만원에서 50만원대, 나름 정밀성을 내세우는 제품들은 400만원에서 500만원 이상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모두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해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수산물에 대한 불신과 피해가 커지자 총리와 여야 정치인들도 국민 불안을 달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하지만 역부족인 듯 하다. 하기야 일반 국민들이 mSv(밀리시버트)니 Bq(베크렐)이니 하는 방사능 측정 단위를 이해하기도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 강남의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학교 급식에서 아이들 건강이 우려된다며 수입 수산물에 대한 급식 중단을 요구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의 대책은 국민을 안심시키기에는 왠지 부실해 보인다. 9월 9일부터 일본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서 생산된 수산물에 대해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리고 방사능 측정을 강화한다고 정부가 발표했지만 그 측정 대상이 너무 적다는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WTO에 제소하겠다는 일본의 태도 역시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일본에서 수입된 수산물을 며칠 먹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큰 일 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어민들 입장에서 본다면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외교적 마찰이 있더라도 일본에 대해 거부할 것은 거부하고,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대폭 강화해서 국민들을 하루빨리 식탁 불안에서 해방시키는 일이 당장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