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Voyager) 1호가 처음으로 태양계를 벗어났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어제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지나 항성간 공간에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인류가 만든 물체로는 처음으로 태양계를 벗어나 광활한 은하 속으로 들어간 셈입니다.
보이저 1호가 지난 1977년 9월 5일 미국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지 오늘(9월 13일)로 만 36년 하고도 8일이 지났습니다. 보이저 1호는 1979년 3월에는 목성에, 1980년 11월에는 토성에 각각 근접해 지나가면서 많은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했습니다. 이후로도 예상 수명을 훨씬 넘는 긴 시간 동안 수많은 관측사진과 자료를 지구로 전송해 우주의 이해를 넓히는데 크게 기여한 ‘효자 우주선’입니다.
현재 보이저 1호는 태양으로부터 약 190억km 떨어져 있습니다. 지구와 달 사이의 평균 거리인 38만km의 무려 5만 배에 이릅니다. 또 이제는 왜행성으로 격하됐지만 한때 태양계의 최외곽 행성이었던 명왕성까지의 거리 73억km보다도 2배 반 이상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셈입니다.
NASA는 보이저 1호가 최근 1년간 항성과 항성 사이에 존재하는 플라스마 속을 운항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학계에서는 이미 몇 달 전부터 보이저 1호가 이미 태양계를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는데요. NASA 측은 확실한 데이터를 받을 때까지는 계속 침묵을 지키다 이번에 드디어 공식 선언을 내놓았습니다.
‘태양계 탈출 선언’이 미뤄지게 된 것은 사실 ‘태양계의 정확한 경계가 어디인가’라는 질문의 답에 아직 모호한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에서는 끊임없이 높은 에너지를 띤 전하 입자, 즉 플라스마가 방출되는데 이를 태양풍이라고 부릅니다. 이 태양풍은 지구의 자기장과 부딪혀 지자기폭풍이나 극지방의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오로라를 만들기도 하고, 혜성의 꼬리를 태양 반대쪽으로 길게 늘어뜨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이 태양풍의 플라스마 입자들은 우주 속의 수소나 먼지 같은 입자들, 이른바 ‘성간매질’과 부딪혀 조금씩 그 힘이 약해집니다.
![우주 탐사선 보이저](https://img.sbs.co.kr/newimg/news/20130913/200689842_700.jpg)
아무리 강하게 쏜 화살도 끝에 가서는 힘이 약해져 종잇장 하나도 뚫지 못하는 것처럼, 태양풍도 점점 그 세기가 약해져 나중에는 성간매질을 밀어내지 못하고 느려지게 됩니다. 이 때 태양풍의 입자가 방출하는 에너지가 쌓이는 곳을 태양권계면(heliopause)이라고 합니다. 보이저 1호가 통과한 태양계의 경계가 바로 이곳입니다. 이 경계에서 은하의 성간매질의 압력과 태양풍의 압력이 평형을 이룹니다.
하지만 이 태양권계면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태양의 공전이나 활동, 성간매질의 밀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림에서 표시된 것과 달리 모양도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하거나 불규칙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서 보이저 1호가 태양권계면을 돌파해 은하 속으로 들어섰는지를 적시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제 보이저 1호는 태양 자기장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성간 공간에 들어섰습니다. 거의 모든 임무를 다 완수하고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버렸지만, 보이저 1호는 끝없는 우주 공간을 항해하며 배터리와 통신부품이 제 기능을 다하는 날까지는 계속 관측 자료를 보내올 전망입니다. 현 위치에서 지구까지는 빛의 속도로도 17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따라서 보이저 1호가 관측한 자료가 지구로 전송되는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걸립니다.
NASA 측은 오는 2015년에는 보이저 1호의 디지털 테이프 레코더가 작동을 중단해 초당 1.4킬로비트(kbit)만 전송할 수 있게 되고, 원자력 전지의 출력도 갈수록 떨어져 2020년쯤에는 관측 장비가 하나둘 멈춰 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후 2025년에서 2030년 사이 쯤에는 거의 완전히 전력이 바닥나 더 이상 지구로 자료를 보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도 보이저 1호는 계속 끝없는 우주 공간을 항해합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와 방향을 유지한다면 보이저 1호는 뱀주인자리(Ophiuchus)를 향해 나아가지만, 더 이상 어떤 별과도 마주치는 일 없이 영원한 우주의 미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약 4만년 뒤에는 지구로부터 약 17.6광년 떨어진 기린자리의 항성 ‘AC+79 3888’과 1.6광년 거리까지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연히 관측을 할 수도, 또 우리가 그 자료를 볼 일도 더 이상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