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푸르며 바람은 상큼한 요즘 대한민국의 주부들은 시름시름 아프다. 가을을 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추석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고 하는 말은 이기적인 남자들의 이야기다.
한가위는 주부들에게 고난의 행군과 같다. 게다가 올해 추석연휴 기간은 토요일 일요일도 얄밉게도 피해 무려 5일이나 계속된다. 군 시절 5박6일의 유격훈련을 앞두고 있는 병사들의 심정이라고 하면 남자들이 조금은 이해가 갈 듯하다.
충남대 병원이 추석을 맞는 주부들의 스트레스 강도를 수치로 계산해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남편의 죽음을 100으로 했을 때 명절 스트레스는 평균 38.7점을 나타냈는데 이 수치는 친한 친구가 죽었을 때보다도 높은 것이라 한다.

추석에 주부들을 괴롭히는 최대의 적은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집안일이다. 물론 시집식구나 친척들 간의 이러저러한 신경전이 있긴 하지만 중노동에 가까운 일들이 쏟아질 때면 그것은 모두 뒷전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추석은 신라시대 때부터 유래했다고 한다. 당시 신라는 6부로 나누어 져 있었는데 왕녀 2사람이 각 부의 여성들을 통솔하여 한 달 전부터 길쌈을 해서 진 쪽이 이긴 쪽에 술과 음식을 대접한 가배의 전통이 추석으로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 추석과 여성의 노동은 운명적으로 연결돼 있었나 보다.
한 기업체가 주부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았다. 추석 명절기간 가장 하기 싫은 집안일은 무엇일까. ‘설거지’라 답한 사람이 486명으로 무려 70%에 달했다. 이어서 명절 음식 만들기가 19%, 손님맞이 청소가 8% 등으로 뒤를 이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명절노동에 남편이나 가족이 도와 주었으면 하는 집안일로는 역시 설거지가 60%가 넘어 단연 1순위였다. 그리고 청소, 아이 돌보기, 음식 만들기 순으로 답이 이어졌다. 추석 명절기간 평균 설거지 횟수가 10회 이상이라고 답한 주부는 40%가 넘었다고 한다.
명절날 주부들이 가장 짜증난다는 대목은 어디서나 일관된다. 부엌에서 밀린 설거지에 한숨을 내쉬고 있는 순간 물 떠와라, 술 더 가져오라는 고스톱 치는 남편의 외침 아니던가.

이를 반영하듯 요즘 SNS에서는 <며느리의 넋두리>라는 이름으로 다음과 같은 4언 절구 시가 나돈다. <며느린가 일꾼인가 이럴려고 시집왔나/ 집에 있는 엄마아빠 생각나서 목이 메네/ 곱게 키워 시집보내 남의 집서 종살이네...> 이어지는 구절에는 이를 외면하며 거실에서 낄낄 대고 있는 남편에 대한 원망 섞인 욕설로 가득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주부들에게 행복한 추석을 돌려주려면 답은 좀 가까이에 있는 것 같다.
남편들이여 좀 어색하지만 추석날 맛있는 음식을 먹은 뒤 과감하게 부엌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설거지 통에 손을 담그라. 뒤에서 분명히 나타날 어머니의 볼멘소리와 누이들의 째려봄을 애써 무시하며 설거지를 해보자. 그것이야 말로 사랑하는 아내에게 행복한 추석을 그리고 자신의 예쁜 딸에게 수십 차례의 악몽 일수도 있는 추석을 즐겁게 보내게 할 수 있는 일이다. 10번이 넘는다는 설거지 가운데 올해는 1-2차례만 해보자. 한가위 밝은 달이 지나간 추석이후에도 가정에는 행복과 웃음의 보름달이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