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빠른 부채 증가가 미국의 2007년 금융위기와 일본의 거품붕괴 직전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중국의 부채 상황을 분석하면서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런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국제결제은행(IBS)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부채를 제외한 중국의 기업 및 가계 부채는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120% 정도에서 현재 170%로 증가했다.
미국에서도 2001년 GDP 대비 143%였던 부채 비중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77%로 급증했고 일본의 부채 증가 속도도 1989년 이전 십 년 동안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부채의 절대적 수준이 아니라 증가 속도가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서치 업체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채가 이런 속도로 급증한 이후 위기를 겪지 않은 나라를 못 봤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위기가 임박하지 않았고 위기 형태가 금융시장 붕괴보다는 수년간의 성장 둔화로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부채에 대해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채 상황이 아직 시장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은 미국의 주택 거품 붕괴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UBS의 수석 독립 경제 자문역으로 금융 위기 전문가인 조지 매그너스는 "중국과 미국의 유사점은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더 좋은 경제 성장의 동력 대신 신용제도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이라면서 "이런 모습은 금융 불안정이 심화된 국가에서 나타나는 징후"라고 밝혔다.
WSJ는 우려되는 중국의 경제 분야 중 하나로 은행을 지목했다.
과거 미국에서처럼 최근 몇년동안 중국 은행들의 대출 증가분 중 가장 많은 게 대차대조표상에 표시되지 않은 부외부채였다.
WSJ는 또 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 은행과 대출자의 친밀한 관계라는 측면에서 중국의 현재 부채 상황은 과거 일본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하지만 중국의 부채위기와 미국의 금융위기에 차이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UBS의 매그너스는 "서구의 경우 위기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부인하거나 완전하게 무시하는 것이었지만 미국의 시장 붕괴를 목격한 중국 정부는 경제를 통제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서구 정부가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통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실제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장부 상에 나타나지 않는 그림자 금융(사모펀드 등 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위기 원인인 부채의 주체가 다르다는 차이점도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미국의 거품은 주택 대출에서 비롯됐지만 중국의 주택 구입은 대부분 현금으로 이뤄졌다.
중국의 급증한 부채는 부동산 개발업자, 기업, 지방 정부 등에서 발생했다. 이들 기관 대부분은 국가의 암묵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