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생활·문화

[취재파일] 가죽 수첩 느낌 그대로…아날로그 담은 '갤럭시노트 3'

김범주 기자

입력 : 2013.09.05 11:02|수정 : 2013.09.05 15:05

동영상

독일 베를린입니다. 삼성이 오늘 갤럭시노트3를 공개하는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삼성은 노트 시리즈를 세계 전자업계 하반기 최대 행사인 전자박람회(IFA) 직전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이나 뉴욕이 아니라 베를린에서 노트3를 공개한 것이죠.

삼성은 이번 IFA의 예고 동영상에 외계인들을 등장시켰습니다. 삼성 연구실에는 외계인들이 지구인과 함께 일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몇몇 유출된 사진을 보고 노트3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화면 자체가 사각형 유리판의 틀을 갖고 있는 한, 디자인에 큰 변화를 주기 힘들 것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갤럭시 S4 때처럼 말이죠. 그런데 외계인이라뇨. 외계인이 기계는 맡고 있는데 디자인은 안 하나보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제품 발표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기계의 사양은 예상대로 최고였습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부분은, 이 최강 디지털 기기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심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는 겁니다. 행사 시작부터 무두질을 해서 가죽으로 만든 공책, 노트를 만드는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갤럭시노트3가 바로 진짜 ‘노트’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했다는 뜻이었죠.

그런 생각이 가장 두드러진 곳이 바로 기계의 뒷 부분, 배터리 커버입니다.갤스 노트3 캡쳐_ 마치 고급수첩의 덮개마냥, 가죽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 이 부분이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 표면에 삼성이 개발한 특수 도료를 뿌려서 가죽처럼 보이고, 또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만져보니 정말 가죽 느낌이 났습니다. 일부 외신이 가죽이라고 오보를 한 것도 이해가 갈 정도입니다.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겨봤더니 그제서야 플라스틱 소리를 냅니다. 재미있더군요. (단, 따로 파는 커버는 인조가죽입니다)

수첩 같은 느낌을 낸 부분은 또 있습니다. 바로 펜으로 쓰는 재미를 업그레이드 했다는 겁니다. 일단 펜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노트2의 필기하는 느낌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노트2는 플라스틱 막대기로 유리 화면에 긋는 느낌이었다면, 노트3의 펜은 상당히 펜 느낌에 근접했습니다.

여기에 펜으로 쓴 글씨를 기계가 읽은 뒤에 이상한 짓도 합니다. 사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손으로 쓰면 기계가 읽은 뒤에 주소록에 추가하기도 합니다. 전화도 걸고 메일도 보내고 메시지도 보낼 수 있습니다. 주소를 적어 넣으면 구글맵에서 지도를 찾아줍니다. 쓰는 재미가 쏠쏠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노트3를 만지다 보니,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참 많은 사람들이 고심하고 고생했겠구나 하는 점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아날로그 감성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사실 말은 쉬운데 참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장 뒷면을 플라스틱으로 가죽 느낌을 내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실현하는 것도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멋들어지게 해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갤럭시 S4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상당 부분 씻겨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다음 주 애플의 행사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애플도 또 이런 고민 끝에 새롭고 놀라운 기능을 가지고 돌아오길 기대해 봅니다. 두 회사가 고민하고 고생하는 한, 우리의 삶은 더 윤택해 질 것이란 생각입니다. 

P.S) 그런데 언팩 행사를 보며 든 생각 또 한 가지. 잡스는 잡스니까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것인데, 굳이 CEO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프롬프터 읽으면서 어색한 연기를 하는데 좀 민망했습니다. 행사도 제품 만큼 애플과 다른, 혁신적인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