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씨의 차남 재용씨가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아버지의 비자금을 숨겨준 의혹에 대해 조사받기 위해서입니다. 조사는 이른 아침인 7시 반부터 시작됐습니다. 부인 박상아씨가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은 지 사흘만입니다.
검찰이 보고 있는 부분은 이렇습니다. 우선 재용씨가 삼촌 이창석 씨와 경기도 오산 땅을 주고받으면서 세금을 탈루한 부분, 그리고 미국에 부동산을 구입한 부분, 부동산 관련 회사들을 운영한 부분 등 입니다. 전씨 비자금이 어딘가에는 흘러들어갔을 거라고 보는 거죠.
물론 십수년 이상 지난 일인데다, 예전에도 한 번 수사를 받았던 터라 전씨 비자금을 찾아내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검찰은 그래서 자진납부를 은근히 유도하면서 이것저것 거침없이 뒤지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별건 수사라고 할 만한 대목도 여럿 있긴 합니다만, 그렇게 해서라도 추징을 하라는 여론이 워낙 강하다보니 검찰도 애써 모른척 수사를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늦게나마 정의를 세운다는 측면에서(물론, 그동안 감춰둔 돈으로 불린 재산을 생각하면.. 추징금을 다 찾는다고 정의가 세워지는 것은 아닐테지만) 검찰의 수사에 박수를 보냅니다. 더운 날씨에 조사실에서 압수한 자료를 분석하고, 사람들을 불러 조사하는 검사, 수사관들의 노고가 대단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전재용 씨의 비공개 소환이 그렇습니다. 재용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아침 7시 반부터 조사를 받았는데, 소환된 지 3시간 쯤 지나 한 언론이 보도하면서 다른 매체들도 부랴부랴 소식을 전했습니다.
기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수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소환 때 알리지 않았고, 나중에 알려주려고 비공개로 소환했다. 양해해 달라"고 알려왔습니다. 사흘 전 재용씨의 부인인 박상아 씨를 불러 조사했을 때도 "참고인이라 보호해 줘야 한다"며 펄쩍 뛰며 비공개로 조사를 했었습니다.

그럼 지난 8월 12일 소환된 전씨의 처남 이창석 씨는 뭔가요. 이진한 차장검사는 당시 이창석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뒤, 30분도 안 돼 소환 사실을 직접 공개했습니다. 조사 후 귀가할 때도, 영장이 청구돼 결국 구속될 때도 이창석 씨에게는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습니다. 유독 재용씨를 '배려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프라이버시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검찰은 지난 2004년 전재용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순자씨로부터 미납 추징금 200억원을 자진납부 받았습니다. 검찰은 당시 재용씨 재산 중 70억원 넘는 돈이 전씨의 비자금인 것을 찾아내고도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하지 않아 추징을 하지 못했습니다. 당초에는 검찰의 실수 쯤으로 여겨졌습니다만, 전씨 측 관계자는 "자진납부를 하면 더 이상 추징금을 걷지 않겠다고 검찰이 약속했다"고 하더군요. "더 이상 추징금 안 걷을테니 알아서 내시라"고 했다는 겁니다.
십 여 년이 지난 지금 수십명이 달라붙어 별건수사까지 하면서 고생을 하는 것도 결국엔 그런 식의 '배려' 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이상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을 검찰이 의식하고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일을 이렇게 키우는 데 큰 몫을 한 게 검찰인데도 이제와서 '원활한 수사'만을 외치는 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합니다. "그 때는 담당자가 내가 아니었잖아. 왜 나한테 그래?"하는 항변을 국민들이 곧이 곧대로 받아줄까요.
검찰이, 힘 없는 사람들에게도 힘 있는 사람들에게 하듯 모든 조사 과정에서 세심하게 배려한다면 물론.. 이런 글도 필요없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