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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재용 소환, 검찰의 이상한 원칙

김요한 기자

입력 : 2013.09.03 16:30

전재용 소환 과정 공개 뒷 이야기


전두환 씨의 차남 재용씨가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아버지의 비자금을 숨겨준 의혹에 대해 조사받기 위해서입니다. 조사는 이른 아침인 7시 반부터 시작됐습니다. 부인 박상아씨가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은 지 사흘만입니다.

검찰이 보고 있는 부분은 이렇습니다. 우선 재용씨가 삼촌 이창석 씨와 경기도 오산 땅을 주고받으면서 세금을 탈루한 부분, 그리고 미국에 부동산을 구입한 부분, 부동산 관련 회사들을 운영한 부분 등 입니다. 전씨 비자금이 어딘가에는 흘러들어갔을 거라고 보는 거죠.

물론 십수년 이상 지난 일인데다, 예전에도 한 번 수사를 받았던 터라 전씨 비자금을 찾아내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검찰은 그래서 자진납부를 은근히 유도하면서 이것저것 거침없이 뒤지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별건 수사라고 할 만한 대목도 여럿 있긴 합니다만, 그렇게 해서라도 추징을 하라는 여론이 워낙 강하다보니 검찰도 애써 모른척 수사를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늦게나마 정의를 세운다는 측면에서(물론, 그동안 감춰둔 돈으로 불린 재산을 생각하면.. 추징금을 다 찾는다고 정의가 세워지는 것은 아닐테지만) 검찰의 수사에 박수를 보냅니다. 더운 날씨에 조사실에서 압수한 자료를 분석하고, 사람들을 불러 조사하는 검사, 수사관들의 노고가 대단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전재용 씨의 비공개 소환이 그렇습니다. 재용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아침 7시 반부터 조사를 받았는데, 소환된 지 3시간 쯤 지나 한 언론이 보도하면서 다른 매체들도 부랴부랴 소식을 전했습니다. 

기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수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소환 때 알리지 않았고, 나중에 알려주려고 비공개로 소환했다. 양해해 달라"고 알려왔습니다. 사흘 전 재용씨의 부인인 박상아 씨를 불러 조사했을 때도 "참고인이라 보호해 줘야 한다"며 펄쩍 뛰며 비공개로 조사를 했었습니다.
이창석_500
그럼 지난 8월 12일 소환된 전씨의 처남 이창석 씨는 뭔가요. 이진한 차장검사는 당시 이창석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뒤, 30분도 안 돼 소환 사실을 직접 공개했습니다. 조사 후 귀가할 때도, 영장이 청구돼 결국 구속될 때도 이창석 씨에게는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습니다. 유독 재용씨를 '배려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프라이버시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검찰은 지난 2004년 전재용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순자씨로부터 미납 추징금 200억원을 자진납부 받았습니다. 검찰은 당시 재용씨 재산 중 70억원 넘는 돈이 전씨의 비자금인 것을 찾아내고도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하지 않아 추징을 하지 못했습니다. 당초에는 검찰의 실수 쯤으로 여겨졌습니다만, 전씨 측 관계자는 "자진납부를 하면 더 이상 추징금을 걷지 않겠다고 검찰이 약속했다"고 하더군요. "더 이상 추징금 안 걷을테니 알아서 내시라"고 했다는 겁니다.

십 여 년이 지난 지금 수십명이 달라붙어 별건수사까지 하면서 고생을 하는 것도 결국엔 그런 식의 '배려' 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이상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을 검찰이 의식하고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일을 이렇게 키우는 데 큰 몫을 한 게 검찰인데도 이제와서 '원활한 수사'만을 외치는 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합니다. "그 때는 담당자가 내가 아니었잖아. 왜 나한테 그래?"하는 항변을 국민들이 곧이 곧대로 받아줄까요.

검찰이, 힘 없는 사람들에게도 힘 있는 사람들에게 하듯 모든 조사 과정에서 세심하게 배려한다면 물론.. 이런 글도 필요없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