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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페셜] 윗사람 대접 받으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입력 : 2013.09.02 01:20|수정 : 2013.09.02 06:56

밥값과 술값에 대한 쪼잔한 이야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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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점심을 밖에서 사 먹는 사람의 수는 약 1천만 명. 점심시간에 식사비용으로 지출되는 돈만 600억 원이 넘는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물가 탓에 한 끼 식사가 6천 원을 넘은 지 오래다. 남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보다 싼 식당을 찾아 순례를 떠나는 이 시대에 남들이 먹은 밥값을 대느라 정작 자신의 안위는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에서의 상사, 학교나 고향에서의 선배, 집단 내에서의 연장자 등, 이른바 '리더'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과거 우리 사회의 '리더'는 경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었던 선비 계층을 의미했다. 따라서 아랫사람들에게 베풂이 곧 정의요, 덕의 실천이었다. 그러나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에서 '리더'는 더이상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지도, 아랫사람들의 존경의 대상이 되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들이 모임에서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타겟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출을 한다는 게 좀 뭐랄까… 쫀쫀하게 느껴지죠." "윗분들은 연봉이 높으니까 당연히 여유가 더 있겠죠."

부산의 한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석진수 팀장. 그는 한 달 평균 월급 이상의 돈을 팀원들의 밥값 술값에 쓰고 있다. 아직은 미혼이라 비교적 여유가 있기도 하지만 그가 계산대 앞에서 절대 망설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쫀쫀한 상사가 되기 싫기 때문"이라는 것.

부하직원들 역시 수십만 원이 넘는 회식비용을 상사가 내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 이유는 상사가 자신들보다 많이 벌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잖아요. 언니가 내면…" "선배라는 자존심? 저도 후배였을 때 그만큼 받은 게 있으니까…"

주부들의 모임이나 학생들 사이에서도 나이가 많은 사람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관례가 된지 오래다.

아이 셋을 키우느라 빠듯한 살림 때문에 동네에서도 소문난 짠순이라는 주부 이애숙씨. 그러나 모임에서 늘 맏언니다 보니 한 달에 쓰는 밥값, 술값만 40~50만원. 대학생 정준식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복학 후 집에서 용돈을 타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지만 후배들을 만나면 일주일치 밥값이 한 번에 달아난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후배들을 마주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

이들의 부담과 고민을 덜어줄 합리적인 방법은 없는 것일까?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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