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자(母子) 실종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지난 13일 실종된 김모(58·여)씨와 장남(32)이 차남 정모(29)씨에게 살해된 것으로 보고 정씨를 존속살해 및 살인 혐의로 22일 긴급체포했다.
정씨는 그러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보강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검찰의 석방 지휘에 따라 이날 오후 4시 20분 석방됐다.
경찰이 정씨를 긴급체포한 것은 정씨가 본인의 행적 등에 관해 거짓 진술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어머니와 형의 실종 이후 인천에 머물렀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는 거짓이었다.
경찰은 정씨 차량에서 지난 14일 강원도에 갔던 기록이 담긴 영수증을 발견했다.
정씨는 또 실종 이틀 뒤인 지난 15일 어머니 집에서 형을 봤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장남의 통화기록이 지난 13일을 끝으로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정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긴급체포를 미룰 경우 증거 인멸과 도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22일 0시 30분 정씨를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긴급체포는 경찰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경찰은 긴급체포 후 12시간 안에 검찰의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하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검찰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보강수사 후 체포영장을 신청하라고 권고했다.
검찰이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된 사안에 대해 사후 승인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정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거의 없었다는 방증이다.
경찰은 정씨의 은행계좌와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금융거래 내역과 통화기록을 분석했지만 특이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20일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정씨가 '어머니', '형' 등의 단어에서 음성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이 결과가 정씨가 어머니와 형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할 순 없었다.
경찰은 긴급체포 후 정씨를 상대로 어머니 실종 이후 행적, 범행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지만 정씨가 진술을 거부하며 묵비권을 행사한 탓에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결국 경찰이 구체적 증거 없이 섣불리 정씨를 긴급체포한 탓에 수사가 더욱 난항을 겪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퀵서비스 배달원인 정씨는 10억원대 건물을 소유한 어머니와 금전 문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와 같은 집에서 함께 살던 미혼의 장남 역시 어머니와 갈등을 빚는 동생 정씨와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이웃은 "김씨가 실종되기 며칠 전 김씨 집에서 크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김씨와 장남의 생사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탐문 수사 등 보강 수사에 박차를 가해 실종자 소재를 파악하고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