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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노든 파문에 언론통제 논란 가열

입력 : 2013.08.22 03:04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관련 보도에 영국 정부가 언론사 자료파기 등 강경책으로 대응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스노든 파일을 보도한 취재기자의 동성 연인을 공항에 장시간 구금한 데 이어 단독보도를 주도한 가디언지에 하드디스크를 파기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 여론이 쏠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가디언 편집국장 등 간부진이 정부 압력에 보유 자료를 파기하는 과정에서 정보 당국 요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언론 탄압 논란도 고조되고 있다.

◇ 언론통제 논란으로 불똥 튄 정보수집 파문 = 가디언이 정부 압력에 스노든 파일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파기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정보수집 파문은 언론통제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압력 행사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은 증폭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가디언에 제러미 헤이우드 행정장관을 직접 보내 러스브리저 편집국장에게 국가안보의 위협을 이유로 관련자료 파기를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헤이우드 장관의 가디언 방문은 총리와 부총리, 외무장관 등의 승인 아래 이뤄졌으며 헤이우드 장관과 러스브리저 가디언 편집국장이 대화를 나누고 나서 자료 파기가 이뤄졌다.

가디언은 스노든 자료를 보도한 자사 기자 글렌 그린월드의 동성 연인 다비드 미란다(28)에 대한 공항구금 사건에 맞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가디언 앨런 러스브리저 편집국장은 칼럼을 통해 "지하 사무실에서 정보통신본부(GCHQ·영국 감청기관) 소속 보안 전문가 2명이 감시하는 가운데 하드드라이브를 파기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유 자료를 영국 정부에 반환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우리 손으로 파기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해당 자료는 이미 복제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후에도 미국에서 관련 보도를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 적법한 절차인가, 과도한 통제인가 = 가디언 자료 파기를 둘러싼 논란은 총리의 영향력 행사를 둘러싼 공방으로 번졌다.

영국 이슬람인권위원회 등 검열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정보기관 요원의 감독 아래 언론사의 자료가 파기된 것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에 대한 모독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인 노동당 소속 이베트 쿠퍼 예비내각 내무장관은 "당장 의회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기밀자료의 파기를 이끈 것은 적절했다는 옹호론도 팽팽히 맞섰다.

버나드 젠킨 보수당 의원은 "총리가 언론사에 행정장관을 보내 해결책을 모색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었으며 행정장관의 행동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보수당 소속 말콤 리프킨드 하원 정보·안보위원장은 "가디언이 보유한 스노든 파일은 정보 당국의 테러범 검거를 어렵게 했을 것"이라며 자료 파기를 지지했다.

자유민주당 대표인 닉 클레그 부총리도 "국가안보를 위한 이 같은 예방적 조치로 가디언의 보도권이 침해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총리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 외교 마찰로 번지나 = 영국 정부의 대응 방식을 놓고 미국 정부가 거리 두기에 나서고 러시아가 비난 성명을 발표하면서 외교마찰로 번질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NSA의 정보수집 활동으로 이번 논란에 원인을 제공한 미국 백악관은 가디언에 자료 파기를 요구한 영국 정부의 대응과 관련 이런 방식은 미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혀 영국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태도를 보였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미국의 정보기관이 언론사를 찾아가 하드디스크 파기를 감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혀 영국 정부를 압박했다.

러시아도 외무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영국 정부가 가디언의 자료를 파기를 명령한 것은 인권 정책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일 인권위원회의 마커스 뢰닝 위원장도 "가디언에 대한 영국 정부의 대응방식에 놀랐다"며 "이는 유럽연합의 언론자유 원칙에 비춰볼 때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런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