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재탈북자 김광호씨 부부와 딸을 한국에 넘기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이 남북한의 치열한 외교 경쟁 구도 속에서 사실상 한국의 손을 들어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 정부가 김씨 가족의 신병 처리 방향을 어떻게 정할지에 큰 관심을 둬왔다.
김씨 부부와 딸이 사실상 한국과 북한 국적을 동시에 가진 '이중 국적자' 신분이라는 점에서 전례가 없던 사건이었고, 남북 양쪽 모두 이들의 신병 인도를 강력히 요구하던 터였다.
중국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남과 북 어느 한 쪽으로부터는 비난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북한의 반발을 감수하고 김씨 부부와 딸 3명의 한국행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사자들의 한국행 의사를 존중해 내린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중국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베이징의 한 서방국 외교관은 "중국이 북한의 반발에도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형식으로 김씨 부부와 딸의 신병 처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결정은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부쩍 강화된 한중관계와 3차 핵실험으로 악화한 북중관계의 최근 흐름을 반영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올해 1월 한국이 야스쿠니(靖國) 신사 방화 혐의자 류창(劉强·38)을 일본이 아닌 중국에 넘긴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비록 류창의 중국 인도는 한국 정부가 아닌 사법부의 결정이었지만 당시 중국 정부는 각종 경로로 한국 측에 각별한 사의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김씨 가족의 한국행 결정을 상당히 신속하게 내린 점도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중국은 과거 탈북자 문제 등 남북이 동시에 연관된 민감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노골적인 '지연 전술'을 구사했다. 정치적, 외교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이 대체로 2∼3년 이상이 걸려야 한국행을 허가받을 수 있던 것은 중국의 이러한 행동 방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년 3월 중국에서 체포된 북한 인권 운동가 김영환씨도 세간의 관심이 잦아들 무렵인 그해 7월에야 비로소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다.
이에 비해 김씨 가족 3명이 옌볜(延邊)에서 체포된 지 한 달 만에 한국으로 갈 수 있게 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과거 행동 패턴에 비춰보면 이번 결정은 상당히 신속하게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김씨 부부와 딸과 달리 중국 정부가 한국 국적이 없는 김씨의 처제와 처남의 한국행을 용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예견된 것이라는 시각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자국 내 한국 공관에 진입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체포한 탈북자를 한국에 넘긴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