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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갑부·기업 세금피해 외국으로 속속 탈출

입력 : 2013.08.15 23:04


프랑스 갑부와 기업들이 작년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집권 이후 높은 세금을 피해 프랑스를 속속 떠나고 있다.

프랑스 국민 배우인 제라르 드파리드외가 세금 폭탄을 피해 국적을 포기한 것을 비롯해 올해 들어서만 프랑스 기업 850여 개가 스위스에 본사를 설치하는 등 개인과 기업 모두 탈출 행렬에 나서고 있다.

올해 1분기 프랑스 실업률이 분기별로 14년 만에 최고인 10.8%를 기록한 것도 기업들의 국외 이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사회당 부자 증세에 '세금 망명'으로 대응 = 올랑드 대통령은 작년 대선 공약으로 '부자 증세'를 내걸었고 당선 이후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 핵심 내용은 연간 100만 유로(약 14억8천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해 75%까지 소득세를 물리겠다는 것이었다.

비록 "소득의 3분의 2 이상을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은 소득을 몰수하는 것과 같다"며 최고 행정재판소 역할을 하는 국사원과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 정책에 대한 사회적 파장은 컸다.

배우 드파리드외는 올랑드 정부의 부자 증세를 피해 올해 1월 프랑스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또 프랑스 최고갑부로 꼽히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 그룹 회장도 벨기에로 '세금 망명'을 시도했으나 국내외의 강한 저항에 부닥쳐 결국은 벨기에 국적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프랑스 내에서는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그를 향해 격렬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아르노 회장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독일이나 영국, 미국에서는 가난을 맞서 싸울 대상으로 인식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부(富)를 죄악시한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프랑스의 부자 증세 방침에 반발해 벨기에 국적을 신청한 프랑스인은 재작년의 2배인 126명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벨기에는 프랑스와 달리 부유층을 겨냥한 부유세나 주식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가 없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로서는 부자 증세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프랑스는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4.8% 수준인 재정 적자를 올해는 3.7%로 끌어내리고 향후 2년 내에 유럽연합(EU) 재정규정에 맞춰 3% 아래로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한 데 그 타깃을 일부 고소득층으로 잡은 것이었다.

프랑스 국민의 절반은 연소득이 1만9천 유로(약 2천800만원) 미만이며 한해에 6만 유로 이상을 벌어들이는 사람의 비중이 10%에 불과한 현실이 부자 증세를 추진한 근거가 됐다.

◇ 세계 최고 수준의 법인세에 기업들도 이웃나라로 = 부자뿐 아니라 기업들도 높은 세금을 피해 이웃나라로 떠났다.

프랑스의 법인세율은 33%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몰타(3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아일랜드(12.5%), 스위스(12%)와 비교하면 무려 3배에 가깝다는 점도 프랑스 기업 경영진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높은 법인세를 피해 프랑스를 떠나 이웃나라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실제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주스위스 프랑스상공회의소는 올해 들어서만 낮은 세금을 찾아 총 850개 이상의 프랑스 기업이 스위스에 본사를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로멩 뒤리에 상공회의소 국장은 "지난 2003년에는 한 해 550개 프랑스 기업이 스위스에 등록했지만, 올랑드 대통령 정부의 높은 세금 정책이 시행된 이후 법인세가 낮은 스위스에 본사를 두는 것이 하나의 추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기업들은 스위스에서 프랑스보다 훨씬 낮은 12%의 법인세를 낼 뿐 아니라 개인이 내는 소득세도 대폭 줄어들고 실업 등과 같은 각종 사회보장에 대한 분담금도 낮아지는 혜택을 보고 있다.

또 내년부터 EU에서 주식과 외환 등 금융거래에 과세하는 금융거래세(일명 토빈세)제도가 시행되면서 프랑스 주요 은행들이 이 세제를 도입하지 않는 영국 런던으로 몰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최근 "금융거래세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프랑스 은행들은 이미 런던에 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이 높은 프랑스의 법인세와 소득세 등은 우파의 공격을 받고 있다.

프랑스 우파 싱크탱크 '콩코드'는 지난 3월 부자 증세 정책 등 프랑스의 높은 세금 때문에 약 100만 개의 일자리가 프랑스에서 사라졌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20년간 외국으로 이주한 프랑스인 200만 명 중 약 3%인 6만 명이 자기 회사를 소유한 기업인이었는데 이들은 평균 16명씩 고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10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분석이다.

(파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