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에 새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에 가면 조그만 공원이 하나 있습니다.
이 공원 안에는 일본식 집이 두 채 있습니다.
이 집들을 둘러싼 울타리 이곳 저곳에는 경비용역회사의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매일 이 앞을 지나가는 학생들은 이 집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오두막집 아니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이상한 건 항상 출입문이 열쇠로 채워져 있다는 겁니다.
건물 앞에 세워진 안내문은 누구 보라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이 아파트 단지는 중-일 전쟁 당시 일본군 병참 기지에 근무하던 장교 숙소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20~30채 정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파트로 재개발이 이뤄질 당시, 그러니까 2005년에 문화재청은 '일본군 장교 숙소 건물들이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시와 SH 공사는 13억 원을 들여 가장 상태가 좋은 건물 2채를 복원했습니다.
물론 이 돈은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됐습니다.
그리고 2010년 문화재청에 '등록 문화재'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뤄졌습니다.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고, 일부 주민들이 '일제 잔재가 복원된 건 좋지 않다'고 문제 제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담당 지자체인 마포구청에 게는 '탐탁치 않은 건물'이 돼 버렸습니다.
급기야 문화재청 역시 지난해 10월, '지자체가 문화재 신청을 하지 않는다'며 아예 등록 절차를 포기했습니다.
안은 비어 있습니다.
방 하나에 일본군 장교가 쓰던 물건 등이 챙겨져 있습니다.
말라 죽은 벌레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습니다.
거미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마포구청은 문화재청 탓만 합니다.
그런데 정작 출입 통제는 마포구청이 합니다.
마포구청은 공공근로자 1명을 보내놓고 아예 '출입 절대불가' 방침을 내렸습니다.
13억 원 들인 건물과 공간이 3년째 방치돼 있는 겁니다.
'흉물'이 돼 버렸습니다.
없애버리자는 주장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문화재는 기념하기 위한 것 뿐 아니다. 기억하기 위한 것도 있다'며 아우슈비츠 수용소 처럼 '교훈적 차원'의 보존을 주장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적어도 지금처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제대로 된 해결책은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15일) 저녁 8시 뉴스를 보시고 한번쯤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