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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증 2개로 두 사람 인생 산 '황당 절도범'

입력 : 2013.08.13 15:16


지난달 2일 새벽 전남 해남군 해남읍의 한 속옷가게에 도둑이 들어 현금 40만원을 훔쳐갔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금고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범인이 흘린 땀방울이었다.

경찰은 이미 말라버린 땀 자국의 DNA와 성범죄자 유전자 정보를 비교해 성폭력 전과자인 이모(54)씨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수사는 뜻밖의 난관에 부닥쳤다.

이씨의 신원과 행방을 탐문한 결과 사진을 본 주변 사람들은 "이씨가 아니고 김OO이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를 거래해서 아는데 김OO이 확실하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혼란에 빠진 경찰은 김OO이 지난 5월 폭력사건으로 조사받은 사실을 파악하고 당시 담당 형사에게 신원까지 확인해 일단 검거에 나섰다.

지난 8일 강진 터미널에서 검거된 범인은 이씨도 맞고, 김씨도 맞았다.

고아인 이씨는 수십년 전 자신이 무호적자라고 속여 전혀 다른 이름으로 새로운 주민등록증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죄경력 조회에서 35년 전부터 김OO라는 이름의 전과가 남은 점으로 미뤄 이 무렵 주민등록증을 또 하나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지문이 기존 주민등록증의 지문과 미세한 차이를 보여 전혀 다른 이름의 주민등록증을 만드는 게 가능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씨는 그 사이 두 사람의 인생을 산 셈이다.

실제 주변 사람들은 김씨로 알고 있었지만 이씨는 병원 등지에서 본명을 쓰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는 본래 이름으로 7개의 전과가, 새 이름으로 8개의 전과가 있었다.

경찰은 이름을 번갈아 사용해 가중 처벌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새벽 시간 상가 등에서 10차례에 걸쳐 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특정범죄 가중 처벌법상 절도)로 이씨를 구속했다.

강성재 해남경찰서 강력 2팀장은 13일 "남의 이름을 도용한 사례는 종종 봤지만 한 사람이 두 개의 이름으로 신분을 속이는 것은 경찰 생활 26년 만에 처음 본다"며 "당시만 해도 지문 인식 등이 전산화되지 않았던 시대였기 때문에 황당한 일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