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최면으로 가족도 찾는다' 박주호 프로파일러

입력 : 2013.08.13 11:05|수정 : 2013.08.13 11:05


"빨간 티셔츠와 보라색 바지, 분홍색 슬리퍼를 신고 철로를 따라 무작정 걸었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이게 전부입니다."

지난달 13일 가족을 찾고 싶다는 한 30대 여성이 전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의 문을 두드렸다.

문을 두드린 사람은 홍영란(32·여)씨.

홍씨는 6살 때 길을 잃고 가족과 헤어져 평생을 보육원에서 자랐다.

홍씨는 최면을 통해 어릴 적 기억을 끄집어 낼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전북경찰청을 찾았다.

홍씨의 '최면 여행'을 도와준 사람은 전북경찰청 프로파일러 박주호 경사.

박 경사는 홍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최면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박 경사는 홍씨와 약 3시간에 걸쳐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났다.

보통 최면이 한 시간 정도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긴 시간.

최면을 거는 사람과 최면 대상자 모두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박 경사는 "홍씨의 기억이 너무 단편적이고 이미 24년 전의 기억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최면이 아니라 무의식까지 내려가는 고도 집중 최면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홍씨는 박 경사의 최면을 통해 20세, 10세를 거쳐 길을 잃어버렸던 6세 전의 과거로 서서히 거슬러 올라갔다.

3시간에 걸친 최면으로 홍씨는 살았던 집의 위치와 아버지, 할머니의 이름, 할머니의 생김새를 기억해 냈다.

그 뒤 홍씨는 이를 바탕으로 3일 만에 가족을 찾았고, 최면 속 기억은 실제 가족과 놀랍도록 똑같았다.

박 경사는 "홍씨와 같이 최면 속 기억과 실제가 95% 이상 똑같은 경우는 10건 중에 2∼3건에 불과하다.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다"면서 "처음 의뢰를 받았을 때 부담이 많이 됐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박 경사는 13년 전부터 최면 수사를 해왔다.

그가 한 해에 맡아서 하는 최면 수사는 100여건.

주로 피의자를 찾기 위한 최면 수사나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 피해자의 트라우마 치료 등을 위해서다.

2009년 정읍 일가족 살해 사건과 2010년 전주 인화동 방화사건 등 그가 최면 수사로 해결한 사건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최면을 통해서 실종자의 가족을 찾아 준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박 경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불의의 사고로 가족과 헤어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물론 최면이 100% 정확할 수는 없지만 가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1%의 희망이라도 줄 수 있다면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