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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페르세우스자리 별똥별 쇼, 보셨습니까?

박세용 기자

입력 : 2013.08.13 09:12


페르세우스자리 별똥별 쇼, 보셨습니까? 어제 기사를 쓰는 와중에도, 출산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후배가 지금 교외로 나가야 하는 거냐고, 짐을 싸들고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할 정도로, 별똥별은 아직도 짙은 낭만의 대상인 것 같습니다. 외할머니 댁 근처였던가, 시골길 밤하늘을 길게 가로지르는 별똥별도 제 마음속 하나의 이미지로 남아있습니다. 그 한 번의 만남이 이렇게 긴 여운을 남기는데, 한 시간에 무려 100개가 쏟아지는 이른바 대극기, 절정이라니요. 뭇 사람들의 마음에 잠재하는 동심을 흔들기에 충분한 우주쇼 예고입니다.

이 우주쇼의 이름은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입니다. 이름엔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마치 페르세우스자리에서 유성우가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죠. 근데 아닙니다. 페르세우스자리는 하나의, 상상의 중심점이 될 뿐입니다. 하늘을 이리저리, 예측할 수 없이 가르는 유성우 속에 숨어 있는 섭리, 규칙, 그것이 이름 속에 담겨있을 뿐입니다. 무질서하게 보이는 유성우의 동선을 하나로 이으면 실은 페르세우스자리 쪽에 모인다는 사실, 그것이 이름 속에 숨은 섭리입니다. 그 자리에서 방사형으로 유성우가 떨어지지만, 꼭 자동차 휠처럼 360도로 퍼져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 오해의 소지는 관찰의 실수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그럼 페르세우스자리를 봐야겠네, 하고 하늘의 한 폭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힘겹게 쳐다보다가는 안구 건조증만 생깁니다. 페르세우스자리가 떠 있는 밤하늘의 북동쪽, 그곳만 뚫어져라 보면 소용없습니다. 그곳은 앞서 설명했듯, 상상의 중심점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별똥별 쇼는 실로 중심점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서 휙, 저기서 휙, 북동쪽을 보고 있는 관측자의 머리 위로 휙, 뒤통수로 휙, 페르세우스자리를 보고 있으면, 그렇게 놓치는 별똥별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핫포토] 밤하늘에페르세우스자리의 북동쪽, 그 방향은 관측에 필수적인 하나의 정보를 강조합니다. 바로 그쪽을 보고 누워야 한다는 겁니다. 평상에 벌렁 누워서 밤하늘 전체를 크게 한 눈에, 지긋이 바라보는 것이 유성우 관측에 가장 적합한 자세입니다. 우리의 눈동자가 앞을 보고 있을 때도, 90도 옆의 움직임을 인지할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시각은 그럭저럭 쓸 만한 광각입니다. 그 광각의 시각을 잘 활용해 밤하늘을 한눈에 껴안으면 됩니다. 운이 좋으면 하늘이 번쩍, 둘로 갈라지면서 그 빛나는 유성은 당신의 눈 속에, 그리고 가슴 속에 좀 더 오래 묻힐 것입니다.

8뉴스 편집을 하는 내내 찝찝했습니다. 저희뿐 아니라 다른 방송사의 유성우 관련 보도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천체 영상이 화면을 수놓았지만, 실제 옥상에 올라가서 본 하늘은 시커먼 암흑, 혹은 빛 공해가 가득한 도심의 꼭대기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데서는 유성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유성의 멜로디인 유성우도 마찬가지입니다. TV화면을 장식한 아름다운 별똥별 쇼는 해외 천문대가 촬영한 기가 막힌 사진을 연속적으로 편집해 마치 동영상의 효과를 준 것일 뿐입니다. 이런 기법을 ‘타임랩스’라고 부릅니다. 방송용 카메라로 유성우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은 사실 어렵고, 이런 우주의 아름다움은 DSLR의 힘에 의존해야 합니다. 별똥별 쇼의 낭만은 기계적으로 가공된 낭만이고, 방송은 그 가공된 낭만을 보도한 셈입니다.

DSLR로 유성을 촬영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촬영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프레임 안에 유성이 휙 지나갈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정하고 밤하늘에 렌즈를 활짝 열어놓으면, 유성은 머피처럼 꼭 프레임 밖으로, 내 뒤로 지나가고야 맙니다. 광각 렌즈를 써도 하늘을 100% 커버할 수 없는 이상 마찬가지입니다. 유성우 절정기로 알려진 시간만큼은 셔터를 계속 눌러줘야 합니다. 이렇게 셔터를 눌러주는 보조 장비를 동원합니다. 누르고 또 누르고, 사진 확인할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유성우를 한 컷 담으려고 전국을 누비는 사람들도 밤샘 노동의 결과물을 다음날에야 확인하고 짜릿함을 만끽합니다. 변화무쌍한 여름 날씨를 극복하고 건져낸 유성우 사진, 장인 정신마저 느껴질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7,8월에 천문 관측이 가능한 날은 지난 10년간 0이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글을 쓰고 있는 12일 밤 현재, 유성우의 절정이(13일 03시) 몇 시간 남지 않은 지금, 별똥별을 맞이하기 위해 소백산맥을 넘어간 한 남자가 있습니다. 구름이 관측을 방해하니까, 구름에서 도망쳐 아예 산맥을 넘어가버렸습니다. 경북 예천으로 이동했다고 하는데, 지금 예천 날씨를 확인해보니, 역시 구름이 다소 끼는 걸로 나옵니다. 계획한 곳에서 DSLR 삼각대를 펼칠 것인지, 구름을 피해 또 도망을 갈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유성우의 기록은 이렇게 낭만에 대한 열정에서 싹트고 있습니다. 그가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를 한 컷에 담아올 수 있을지, 구름 낀 서울 하늘 아래서, 그의 밤샘 작업이 너무 기대됩니다. 지금 서울 하늘에서 옥상에 올라가는 건 찜질방 입장 같습니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마중나간 분으로부터 뭔가 소식이 전해진다면, 이곳을 통해 꼭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